카라 등 동물단체, 대전 유성동양경매장 앞에서 '경매장 폐쇄' 시위
무허가 번식장 연계 불법거래 규제 촉구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어린 개·고양이의 상당수가 불법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렇게 태어난 개와 고양이들은 열악한 환경과 학대, 불법거래에 방치된 상황이어서 강력한 단속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라 등 동물단체는 지난 3일 대전 유성동양경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과 동물학대 온상 반려동물 경매장을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성동양경매장’과 ‘천안동양펫타운’ 2곳의 경매장에서 진행된 12회의 경매 전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경매 참가 번식장의 22%가 무허가 생산업소였고, 불법 번식장에서 출하된 동물의 비율도 15~19%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동물권행동 카라와 케이케이나인(KK9), 코리안독스, 유엄빠는 지난달 26일 유성동양경매장에 새끼 동물을 불법 출하하는 충남 보령의 무허가 번식장 2곳을 적발해 개 478마리를 구조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출하장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열악한 뜬장에서 동물들을 사육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장에서는 불법 매립된 사체 수십여 구가 발견됐다.
두 경매장은 번식업자와 펫숍 업주들을 중개하며 마리당 약 11%의 경매 수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들이 많이 팔릴수록 더 많은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다.
두 경매장에선 주 1~2회의 경매가 열리고 있으며, 하루 평균 400여 마리 이상의 개·고양이가 거래됐다. 단 7번의 경매에 최소 2000여 마리가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들 경매장에선 무허가 번식장의 동물도 편법으로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단체들은 “경매장이 동물판매업으로 등록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최소한의 동물복지도 준수되지 않은 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전 유성동양경매장이 무허가 번식장의 동물들을 유통하며 막대한 경매 수익 올리기에 열중하는 동안, 열악한 강아지 공장의 종모견들은 이빨이 녹고, 온몸에 종양이 가득한 채 번식에 이용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현재 국내에는 총 18개의 경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번식장에서 태어난 생후 2개월 이후의 개, 고양이들은 대부분 이러한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가게 된다.
특히 유성동양경매장과 천안동양펫타운 두 경매장의 대표인 H씨가 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는 전국 18개 경매장 중 7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H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경매장에서 불법 번식장의 동물들을 조직적으로 유통한 사실이 드러나 재직 중이던 대학의 반려동물학과 교수직에서 지난달 중순 파면됐다.
그는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을 동물생산업이 등록된 업장에서 태어난 것처럼 ‘신분 세탁’을 하거나 개체관리카드에 월령을 모두 61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실장은 “유성동양경매장은 보령시 번식장과 같은 무허가 동물 생산업자들에게 허가 생산업 명의를 도용해 주는 등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알렸다.
코리안독스 김복희 대표는 “H씨는 경매장을 운영하며 주당 5,00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연간 26억 원 정도의 수익을 챙겼을 것”이라며 불법 행위로 얼룩진 경매장 수익구조를 지적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과 함께 H씨, 주식회사 코카갤러리,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를 동물보호법 위반 및 방조 혐의로 대전유성경찰서에 고발했다.
한편, 단체들은 반려동물 경매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협동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 경기도, 9월까지 미등록 반려동물 자진신고…과태료 면제
- 삼복더위 보신탕 사라지고, '반려동물 보양식' 뜬다.
- [김종숙의 사·반·행] ‘개 식용 종식’ 국회토론회, 이번에는 성과 낼까?
- 지옥 같은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눈먼 강아지 '팔랑이'
- 반려동물은 늘어나는데...동물화장장은 태부족
- 반려동물 산업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2027년 시장규모 2배 키울 것
- [해외 펫뉴스] 하와이 마우이 화재, 반려동물에게도 재앙
- [김종숙의 사·반·행] “가족 맞아?” 휴가철이면 반복되는 ‘유기견’ 증가
- [인터뷰] (사)한국펫산업연합회 이기재 회장 "'반려동물 연관산업육성법' 제정 필요"
-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시민 영상 공모전 개최
- 동물단체들, ‘동물학대 N번방 사건’ 선고 앞두고 '실형' 촉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