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까는 것이니 시방서 없어도 된다?
충남 금산군이 공원사업을 벌이면서 시방서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지휘감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산군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산군은 개삼터공원 산책로 보행 매트 시공에 1차 예산 2천198만 원, 2차 예산 6천882만여 원을 집행했다.
이처럼 두 차례 예산을 집행했으나 시방서(설계서) 없이 시공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졸속공사임이 드러났다.
이에 본지는 개삼터공원 산책로 보행 매트 시공에 이중 겹시공과 매트 고정핀 과다발주 사유를 찾기 위해 군(郡)에 시방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정보공개 요청 결과 해당 공사에는 시방서 자체가 없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금산군 산림과 관련 팀장은 "바닥에 까는 것이니 시방서 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물품 구입에 대해서는 "재무과 경리계에서 알아서 했다"며 타부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이에 대해 경리계 담당자는 "산림과 추천으로 물품 구입이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개삼터공원 보행매트 건에 대해 경험 있는 군청 공무원은 "시방서 없이 이중 겹시공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4~5년 지나 (매트가 낡으면) 그 위에 재시공될 문제(를 굳이 이중 겹시공했다)"라고 덧붙였다.
개삼터공원 시공현장을 목격한 K주민은 "업자만 좋게 하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이와는 별도로 본지는 제원면에 정보공개 요청을 하여 '저곡리 금강 솔바람길 보행 매트 시공'건에 대한 시방서를 확보했다.
면사무소에서는 시방서를 구비하는 등 군 재산 관리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군청 산림과에서는 시방서 없이 운영하고 있어 큰 대조를 이뤘다.
금강 솔바람길 보행 매트 시방서에는 시공현장 상태가 고르지 못할 때 잡석(자갈) 등을 바닥면에 깔고 보행매트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군 산림과에서는 시공방법에 대해 변명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개삼터공원 1차 양방향 250m 시공하는데 매트 고정핀 6800개가 소요됐다. 물품 구입 요청내역을 보면 롤당(12m) 160개 설치돼야 하나 현장에는 롤당(12m) 12여 개만 시공됐다.
또한 2차는 1000m(보행매트 2000m 물량) 시공 거리에 매트 고정핀 1만7000개를 구입했다. 내역서대로면 롤당(10m) 85개가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롤당(10m) 고작 15여 개만 설치됐다.
공교롭게 개삼터공원 매트 납품업체와 금강 솔바람길 매트 납품업체는 동일관계인 업체로 알려졌다.
이렇듯 시공에서 현장마다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금강 솔바람길 등산로 정비사업 보행 매트 시설은 금산군 관광문화체육과에서 발주한 것이다.
특이하게 S 주무관(현 타부서)의 친인척 관계인 사업자가 매트 납품업자로 알려져 공사발주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사업자는 군 산림과에 보행 매트를 6건 연속 납품했고, 군 관광과와 제원면에도 각각 1건씩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군 관광문화체육과 C 팀장(현 타부서)이 공주시청 공무원 및 매트사업 관계자와 골프를 친 사실도 확인됐다. C 팀장은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제보자 Y씨는 "매트 사업자에게 '공무원이 그렇게 친척한테 공사를 주는 게 괜찮냐'고 질문했는데, 사업자는 '아무 문제없다'고 답했다"라고 전언했다.
이어 Y 씨는 "이 처럼 공무원 가족이 오더를 줄 거 같으면 돈 벌기 쉽지 않겠어요."라고 본지에 반문했다.
한편 금산군 S 공무원은 지난해 가족 관계인이 보행매트 납품 건뿐 아니라 '내 발로 가는 군정사업' 설계 건에 관련된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털어놓은 바 있다.
또 최근 개통한 '월영 출렁다리' 계약설계에도 가족이 관련된 사실을 쉬쉬하다 밝혀졌다.
S 공무원이 이러한 의혹들을 어떻게 해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