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매트에 설치된 고정핀...발주물량과 상당수 차이
납품업체 "가져간 것은 사실...군이 원하면 주겠다"
군 관계자 "일부는 다른 곳에 시공"

충남 금산군이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물품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업체가 물품을 되가져가도 몰랐던 사실이 드러났다.

금산군이 5천900여만 원을 투입해 발주한 백령성 유적지(남이면 건천리 78-1 일원) 보행 매트 설치공사.

군 관광문화체육과가 인천에 소재한 E 업체에 자재 납품과 시공을 맡겼지만 어찌된 일인지 해당 업체는 시공 후 남은 다량의 자재를 모두 되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 백령성 일원 보행로 보행 매트

백령성 유적지 일원에 보행매트가 설치된 모습(E 업체 설치) / 뉴스티앤티
백령성 유적지 일원에 보행매트가 설치된 모습(E 업체 설치) / 뉴스티앤티

백령성 일원 보행로에 보행 매트 170롤이 깔려 있다. 1롤당 10m로, 약 1,700m를 시공할 분량이지만 이중으로 겹쳐서 850m를 깔았다.

보행 매트 이중 시공에 대해 군 관광문화체육과 K 주무관은 "업체 측에서 산악이기도 하고 내방객이 많아 소모되는 속도가 빨리 올 것을 헤아려 시공한 것"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이중으로 겹쳐 시공된 보행 매트는 오히려 매트의 지면(땅) 접지력이 부족해 윗쪽 매트가 벗겨져 나와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또 업계 전문가는 '산악이라고 이중으로 시공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백령성 유적지 일원에 보행매트가 이중으로 겹쳐서 설치된 모습(E 업체 설치) / 뉴스티앤티

보행 매트 고정핀은 수량에 있어서도 발주량과 설치 수량은 크게 차이가 났다.

현장에 설치된 보행 매트는 이중으로 겹쳐서 1롤당 평균 20개의 고정핀이 박혀 있었다. 보행 매트 전체(850m)에 걸쳐 약 1,700개가 설치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관급자재 구입내역서에는 고정핀 15,580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역서 대로면 이중으로 깔린 매트 10m(1롤)당 182개의 고정핀이 박혀야 했다. 그러나 고정핀 약 13,880개는 온데간데 없었다.

 

설치된 보행매트 관리가 / 뉴스티앤티
부실하게 설치된 보행매트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 / 뉴스티앤티

K 주무관은 "E 업체(납품·시공업체)에 연락하니 '10포(1포당 100개)가 남아 되가져갔다, 금산군에서 회수를 원하면 주겠다'는 취지로 답변이 왔다"며 황당한 답변을 했다.

E 업체 매트 설치 팀장 A 씨는 "10포 가져간 것은 사실이다. 납품 내역서에 따른 것은 잘 모르겠고, 현장 설치 시 롤당(10m) 핀을 20개 내외로 박는다, 밑에 부분에도 박았다"고 설명했다.

A 씨 말대로 계산한다해도 보행매트 고정핀은 상당량(대략 12,000개)이 부족했다.

당시 현장 검수에 대해 K 주무관은 "여러 업무로 인해 철저히 검수 못 했다"고 해명하며, "일부(매트 10롤)는 미륵사(복수면 동구들길 163)에 시공했다"고 덧붙였다. 백령성 유적지에 시공해야 할 매트가 남아서 계획에 없던 미륵사에 시공했다는 얘기다.

■ 개삼터 공원 보행 매트

개삼터 공원 산책로에 보행매트가 3중으로 깔려있는 모습 / 뉴스티앤티
개삼터 공원 산책로에 보행매트가 3중으로 깔려있는 모습 / 뉴스티앤티

이번엔 금산군 산림과에서 발주한 개삼터 공원 보행 매트를 살펴보자.(관련기사 : 4월 13일 보도, 금산군 혈세는 '눈먼 돈'..'이중납품·규격미달' 의혹)

이곳은 S 업체가 금산군에 보행 매트와 고정핀을 납품했다.

납품내역서에 따르면 1차에는 250m 구간에 보행매트 500m 고정핀 6,800개를, 2차에는 1,000m 구간에 보행매트 2,000m 고정핀 17,000개를 납품했다. 내역대로면 고정핀은 롤당 85개가 들어간다. 

그러나 본지가 지난 18일 현장을 재방문한 결과 지난 12일 첫 방문에서 확인했던대로 고정핀은 롤당 11~12개 정도만 박혀 있었다.

이에 대해 발주처인 군 산림과 관계자는 "재무과에서 업체선정을 했기에 모른다"며 발뺌했다.

S 업체 대표도 "1차 250m 발주 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핀 개수가 몇 개 안 될 것"이라고 답한데 이어 "2차 발주 건 매트 1,000m에 핀 개수 17,000개는 벽면 식생 매트와 합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벽면 식생 매트 고정핀은 양철 핀으로 가격은 450원이고, 바닥 보행 매트 고정핀은 철근 핀으로 850원이다.

 

왼쪽
(왼쪽)식생 매트 고정 양철핀. (오른쪽) 바닥 보행 매트 고정 철근 핀 / 뉴스티앤티

S 업체 대표는 또 "업계에서는 핀을 m당 8~14개 꼽는다"며 "현장에는 40~50개 꼽았는지 모르지만, 산사태로 2~3중으로 꼽았고 나머지는 벽면 식생매트에 꼽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공하고 몇 개 꼽혔는가는 저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공은 도와줬다, 우리는 숫자 맞춰서 하차(물품)하고 돈 받고 끝났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위 두 사례에서 금산군은 사업 추진 시 사전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물량이 과다 계상되었음을 알고도 눈 감은 것이란 결론이다.

군민의 소중한 혈세가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민관 유착.  담당 공무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 기사에서 본지가 제기한 개삼터 공원 보행 매트 일부 제품의 규격미달 의혹에 대해서는 햇볕과 기온 차로 길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문가의 답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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