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이은권 의원 vs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예비후보

대전 정치 1번지를 자부하던 중구는 2000년 대전시청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둔산시대를 맞이하며 위기를 맞은 후 2013년 충남도청·충남교육청·충남경찰청 등이 내포시대를 맞이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지속적인 쇠락을 거듭해왔다. 대전 중구는 소선거구제가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여덟 차례의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지난 2004년 탄핵 바람에 힘입어 권선택 의원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는 보수진영이 일곱 차례의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보수진영에는 기회의 땅이자 진보진영에는 무덤과 같은 곳이다. 대전 중구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서대전고 4년 선후배 사이의 동문 대결이 성사되면서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지역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형님인 이은권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선다. 1984년 강창희 전 국회의장의 정책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민선 4기 중구청장을 지낸 이 의원은 강 전 의장의 정계은퇴로 無主空山(무주공산)이 된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본선에 진출해 여의도에 입성한다. 여의도 입성 후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과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 그리고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를 역임하면서 정치적 몸집을 키운 이 의원은 지난 4일 일찌감치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단수추천을 받고 재선을 향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21대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 의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출마 기자회견 생략하고, 보도자료로 대신한 가운데, 연일 공약발표를 통한 지지세 규합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우인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이 이 의원의 대항마로 나섰다. 이 의원의 서대전고 4년 후배인 황 전 원장은 경찰대학 1기로 1985년 경찰에 투신한 이후 ‘수사권 독립’의 아이콘으로 통하며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항상 언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울산지방경찰청장·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황 전 원장은 지난 12일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고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울산지방경찰청장 당시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 하명에 의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인해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된 황 전 원장은 아직 현직 경찰 신분인 직위해제 상태에서 이번 총선에 임하는 것이 중구를 넘어 대전 선거판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소선거구제가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지금까지 대전에서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 서구·유성의 박충순vs이재환,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갑의 이원범vs박병석, 2004년 17대 총선과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강창희vs권선택, 2008년 18대 총선에서 김원웅vs김창수 등 대전고 선후배간의 맞대결이 펼쳐진 바 있으며, 대전고 이외의 고교 선후배간 맞대결은 이번 이 의원과 황 전 원장이 졸업한 서대전고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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