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더한 '인간 바이러스' 대책 없나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꽃잎새가 짙어지는 유월이다. 마당에 피어난 꽃들이 싱그럽다.
초하(初夏)의 장미, 수국의 자태가 곱다. 수줍은 백합도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다.

이렇게 꽃들은 계절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흔한 지자체의 꽃축제도 사라졌다.
취미생활과 여행도 포기한 지 오래다. 친구들과 술 한 잔도 여의치 않다.

말타령 술타령도 쉽지 않으니 집으로의 귀가가 오히려 맘 편하다.
그렇게 해 지기 전, 귀가하지 않는다는 초년병 시절의 다짐도 무너졌다.

속절없이 집에서 애견과의 산책, 책 읽기, 원두막에서 맥주 한 잔으로 대신하고 있다.
밤이면 어둠을 타고 내려온 별빛이 아득하다. 매일 몸을 바꾸는 달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로나 때문에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한적한 주택에서 살다보니 가능한 일이다. 
1년 넘게 우울함을 나름 이런 식으로 삭이면서 견뎌냈다.

필자도 코로나 백신을 서둘러 맞았다. 집단면역을 위한 판단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람들은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탐욕스런 '인간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은 없다.

'인간 바이러스'하면 20여 전, '매트릭스'란 영화가 새삼 떠오른다.
인간의 속성과 바이러스의 닮은 점을 설파한 미국영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꿈의 신'이란 뜻의 모피어스에게 스미스가 시온의 소재지를 묻는다.

시온은 고향에서 쫓겨난 유태인들이 바빌론 강가에 모여 추억하는 곳이다.
인간의 본향을 다룬 것이다. 이를 지키려는 모피어스에게 던진 스미스의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스미스는 말한다.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야. 지구상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지.
그런데 인간은 아니야. 한 곳에서 번식하면서 모든 자원을 고갈시켜 버리고 말지.
그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지구에 똑 같은 방식으로 번식하는 유기체가 하나 더 있어.
그게 바로 바이러스야"라고 말한다.

인간의 속성이 바이러스와 같다는 얘기다. 어쩌면 인간 자체가 질병 덩어리가 아니던가.
이런 측면에서 인간은 지구의 암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조화보다는 파괴를, 상생이 아닌 파멸의 주범인 것이다.

코로나19도 그렇게 환경을 파괴한 업보가 아닐까. 지구온난화 재앙이 닥쳐도 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탐욕도 이와 같다. 내년 봄 대통령선거도 그러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영어(囹圄)의 전직 대통령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은 코로나와 '인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백신으로 예방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인간 바이러스' 해악의 대책은 없다.

그 실례를 보자. 수일 전 공군 고(故) 이모 중사의 죽음에서 여실했다.
지키라는 나라는 안 지키고 결혼을 앞둔 여중사를 죽음으로 몰았다.

딸과 여동생 같은 부하를 떼거리로 치근댔다. 수순에 따라 2차 가해도 이뤄졌다.
그런 뒤 덮고 뭉개고 시치밀 뗐다. 그 시간 지휘관들은 부부동반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군대의 폐쇄성을 감안해도 공노할 일이다.
앳된 부하를 유린하고 그들은 정년과 연금, 보직 챙기기에 급급했다.

'가해자의 인생을 생각해 달라', '살다보면 한번쯤 있는 일'이라며 헛소리를 일관했다.
심지어 성추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파일조차 묵살했다.
이 정도면 가해자나 사건을 조사한 상급자 모두 '인간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다. 

비단 이런 일은 '당나라 군대'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학교, 공직, 언론, 정치권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차고 넘친다.

어쩌면 이 나라를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방임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세상이니 더욱 그런 생각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자기를 검속(鈐束)하는 리더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저 오욕(五慾)에 매달려 '내로남불'이 판치는 세상이다.

다시 돌아가 꽃 이야기를 해 보자.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간다고 한다.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그래서 '유방백세 유취만년'이다.

사람의 향기는 백년을 가지만 악취는 만년을 간다는 것이다. 오명과 악명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
사람은 사람답게, 꽃은 꽃답듯 그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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