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길들이기 지양...시민에게 정보 상시 공개해야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대전시청을 출입한지 꽤나 오래됐다.

얼추 14년이니 적잖은 세월이다. 오롯이 시청만큼 출입한 곳도 흔치 않다.

돌아보니 2008년 박성효 전 대전시장 재임 시절로 기억된다.

혼자 보면 환상이고 여럿이 보면 현실이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네 명의 시장을 지근에서 지켜보았다.

전임 시장들의 성품과 리더십은 사뭇 달랐다. 모두 의욕은 넘쳤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그 결과 대전시는 과학, 철도, 행정도시 명성은 날로 퇴색했다. 대덕연구단지는 오송, 대구, 광주로 기능이 분산됐다.

기업과 기차, 사람도 세종,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대전은 역동성을 잃었다.

이래놓고 연임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또 하나같이 선거캠프 출신을 위한 보은인사에 집착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대전의 현안을 해결하거나 '국가산단' 유치는 번번 공약(空約)에 그쳤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세(勢)를 과시하며 호시탐탐이다.

그 중 예외적인 시장이라면 홍선기 전 시장이다. 그는 대전 출신이면서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고향을 떠났다.

이와 달리 거개의 전 시장들은 탐욕과 언론과의 야합으로 대전의 몰락을 부추켰다. 토착세력과의 협잡도 빼 놓을 수 없다.

필자도 '감시견'의 본분을 되뇌니 자괴감뿐이다. 이제 기자의 결기는커녕 귀는 얇고 글은 무디어 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구차한 변명일 것이다. 언론사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직장에서 경험한 일이다. 매주 수건의 발굴기사와 광고 수주를 강요당하기 일쑤다. 보지도 않는 신문을 확장하고 공연 티켓 강매도 비일비재다.

해마다 창간 및 사내행사에 즈음하면 광고사원으로 전락한다. 30년 전, 기사만 잘 쓰면 알아주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중앙, 지방정부는 '광고 협조'란 당근으로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출입처 중심 취재 관행에 따라 '빨고 핥고, 광고 한 판 주는' 그런 식이다.

대전시청 기자실을 들여다보자. 22년 전, 1999년 중구 대흥동 시청은 둔산시대를 열었다.

그 때 20층 가운데 기자실을 9층에 두었다. 바로 옆에 공보실이 위치했다.

20층 중간인 9층 기자실은 실.국장 간부들이 수시로 브리핑하고 소통하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또 시장, 부시장실이 10층에 위치한 것도 간부들이 결재와 보고를 수월하게 함이다.

이런 배치는 시민과 직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동선과 거리를 감안한 것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방호 문제, 기자들 편익을 들어 기자실이 2층 민원실 맞은편으로 이전했다.

시장실은 10층, 대변인실은 5층, 기자실과 브리핑룸은 2층으로 분산됐다.

허나 기자실은 충남도, 세종시처럼 개방적이지 않다. 브리핑룸은 협소하고 개인 부스는 늘렸다.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기자실이 마치 '할거의 구역'으로 개악(改惡)이 된 것이다.

단언컨대 시정과 뉴스가 공동으로 퇴화할 수밖에 없는 조처다. 종전의 홍보방식과 취재 관행을 고집한다면 시민과 소통은 요원하다.

기자를 길들이는 차원이 아니라 정보를 시민들에게 개방해야 한다. 수평적 공리에 맞게 시민의 눈높이로 정보를 공개해야 옳다.

앞서 허태정 시장은 저층(10층)을 오가는 동편 엘리베이터를 홀.짝제를 한다며 서편 건물로 동선을 변경했다.

이후 9층의 기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시장과 마주칠 일이 없게 됐다. 의도는 짐작되나 기자들은 불편했다. '기자들과 거리두기'가 아니었나 싶다.

기자들 길들이기는 또 있다. 대전시는 시정 홍보를 위해 방송, 일간지, 인터넷 신문을 차등화했다.

매체마다 기사 게재 횟수에 따라 직원들 고과를 평가한다고 한다. 시정 신뢰도 제고 또한 이유다.

이런 작위와 행사성 자료 보다는 시민과 밀접한 생활행정에 방점을 두면 그만일터이다.

예컨대 방송은 건당 5~10점, 일간지는 3점, 인터넷은 5회에 1점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16개 항목을 설정했으니 구체적이다.

요즘 신문을 읽고 공중파 방송을 보는 세상은 지나갔다. 소수 매체를 동원해 과장하고 축소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인터넷 포털, 유튜브, 종편 등 동영상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시대다.

코로나 언택트 시대에 맞춰 개방형 브리핑제가 도입돼야 한다. 기자와 공무원이 만나는 관행에 젖어 취재하고 공보하는 방식은 구태가 아닐 수 없다.

한심한 건 언론사별 A. B. C 등급을 두고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 기준에 따라 연 수천만 원에서 기백만 원의 광고비가 책정되고 있다. 소위 메이저와 마이너 신문 단가라 한다.

또 다른 병폐는 앞서 말했듯 시장 당선을 도운 선거캠프 '어공'들이 문제다.

최근 옛 충남도청 80년생 향나무 무단 벌목과 근대 건축물을 훼손해 시민들 공분을 샀다.

시민단체 저명인사에게 보은하듯 처제를 시민협치의 간부로 앉힌 것이 사단이 됐다.

시민과 소통공간을 만든다며 충남도, 문체부와 협의 없이 불법공사를 강행했다. 누구의 힘인지 무도한 행정은 절차없이 진행됐다.

곳곳에서 '리뉴얼 공사'가 반복되고 있으나 언론은 모르쇠다. 정작 시장도 사돈 남말하 듯 진정어린 사과는 없다.

시민들은 말한다. 대전시 유성복합터미널의 표류, '중기부' 잔류 무산, 부진한 트램, 저조한 공약 이행 한두 가지가 아니다.

뿐인가. 코로나 백신 불신 해소 주사 맞기 늑장, 월급 30% 반납 불이행, 도안지구 아파트 분양 등 뒷말이 분분하다.

혹여 전직 시장들처럼 전철을 밟을까 노파심으로 한 말이다. 고언이 됐다면 혜량(惠諒)이 있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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