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억 원대 보조금 사업, 회계 증발 속 내부 갑질과 외부 인사 압력 의혹까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금산군의 농촌 활성화 사업이 총체적 부실의 늪에 빠졌다. 약 94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 사업의 회계는 증발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직영 체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언론인의 부당한 인사 압력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금산군 행정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금산군청 전경 / 뉴스티앤티
금산군청 전경 / 뉴스티앤티

■ 94억 보조금은 어디로?… 깜깜이 정산과 땜질식 행정

사건의 발단은 금산군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민간에 위탁한 약 94억 원 규모의 농촌 보조금 사업이다.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 사업 △시군역량강화사업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 등이 지역 사단법인 K 법인에 의해 운영됐으나, 2023년 사업 종료 이후 1년이 넘도록 공식 정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특히 2022년에는 약 5,999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약 4억 3,000만 원의 미정산 금액은 사업 종료 후 1년이 지나서야 회수됐다. 이에 지역 사회에서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11월 사업 종료를 앞두고 군은 민간 수탁업체에 정산 증빙자료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직원 결원’을 사유로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후 군 담당 공무원이 내부 지출 내역을 토대로 임의 정산서를 작성했으며, 이에 따라 2025년 2월 잔액이 회수됐다. 그러나 2025년 9월 현재까지도 공식적인 정산보고서는 제출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군 농정과 소속 A팀장은 “정산자료가 누락된 상태에서 군이 임의로 정산서를 작성해 무리하게 사업을 종료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감독 책임은 물론, 정산 의무를 다하지 않은 민간 수탁업체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 △직무 유기 △보조금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의혹을 들어 군 감사팀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이 요청은 초기에 거절되었지만, 재요청을 통해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 직영 전환했지만… ‘갑질·괴롭힘’에 무너진 조직

금산군은 민간 위탁의 폐해를 막기 위해 2024년부터 본 사업을 군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내부에서 곪아 터졌다. 최근 2주 사이에만 관련 부서 직원 5명이 연이어 퇴직한 것. 일부 퇴직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

퇴직자 D씨와 E씨는 “험담, 고성, 망신 주기, 모욕, 업무 배제 등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갑질 의혹에 대해 해당 부서의 F센터장은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기에 자연히 목소리도 커지고, 분위기 또한 딱딱해질 수 있어 오해 소지가 있어 보였다"고 해명해,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 2개월 만에 ‘날벼락 인사’… 언론인 인사 개입 의혹

사태는 군 조직을 넘어 외부의 부당한 압력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역 모 언론사 소속 B기자는 보조금 문제를 제기했던 A팀장에 대해 '과거 타 부서 근무 당시 가족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 A팀장은 해당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맞섰다.

A팀장은 B기자가 군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을 현재 부서에서 배제하라는 인사 압력을 수차례 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팀장은 해당 부서 발령 2개월여 만에 인사이동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놀라운 점은 군 고위 간부들이 이를 사실상 시인했다는 것이다. 군 부군수는 해당 인사에 대해 “직원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며, 농정과 부서장 역시 "기자가 하는 데 대해서도 A팀장 보호하려고 저도 막았다"라며 "기자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났겠다는 부군수님 판단도 있었다"고 실토했다. 언론인의 압력에 행정기관이 굴복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B기자는 사실 확인 요청에 “통화할 이유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 대해 A팀장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저를 쳐내기 위해서 지금 계속 요구를 하고 있다...공무원이 잘못이 있으면 감사를 청구하면 되지"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는 현재의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압력이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풀이된다.

지역 주민 P씨는 “외부인이 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군은 해당 사안을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계 부정에서 시작해 내부 갑질, 외부의 부당한 압력까지 드러난 금산군 보조금 스캔들. 근본적인 자정 노력이 없다면 2026년 민간 재위탁 시 또다시 특정 단체의 이권 개입과 비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민의 혈세와 행정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금산군의 책임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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