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5년간 무연고사자 연평균 증가율 23%...전국에서 가장 높아!

대부분 무관심 속에 화장, 지자체별 공영장례 편차 커 개선 필요

"어느덧 여름이 왔구나... 저도 곧 여름 휴가를 갈 예정인데..."

평범한 회사원 김씨는 퇴근길, 옆집 할아버지의 빈 집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모르고 있었다.

그 옆집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누구도 모르는 채 홀로 떠나간 지 며칠이 지났다는 것을.

■ 대전 무연고 고독사자 문제 심각

김 씨의 옆집 할아버지처럼, 사회 안전망의 허점과 소외, 차별로 인해 존엄한 죽음조차 누리지 못하는 무연고 고독사자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전은 무연고 고독사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 5년 동안 98% 증가했다. 하루 평균 13명 이상이 홀로 세상을 떠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를 살펴보면 무연고 고독사자의 절대적 수가 많은 지역은 경기와 서울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인구와 사망자 수 대비로 표준화하면 부산, 대전, 인천이 높았다. 인구 십만 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부산(9.8명), 대전(8.8명) 순이었으며, 특히 인구 십만 명당 고독사 발생이 매년 증가하는 지역은 대전, 경기, 전남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지역별 고독사자 연평균 증가율
최근 5년간 지역별 고독사자 연평균 증가율

전체 사망자 수 대비 고독사 사망자 수는 대전(1.6%), 인천(1.5%)의 순이며, 전체 사망자 중 고독사 비중이 매년 증가하는 지역은 대전과 경기의 두 개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5년간 지역별 고독사자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대전이 2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제주도 제외)

대전은 한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이에 따라 무연고 고독사자의 비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전시는 무연고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차금식 박사(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무연고사자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죽음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서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소외, 사회 안전망의 허점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원 및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무연고사자 장례 지원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영장례 전문가와 복지전문가, 봉사자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등은 무연고사자의 장례를 진행하고, 유족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시민들의 참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부산, 민관학 협력으로 성공적인 공영장례 시스템 구축

정부에서는 1997년 당시 사회적 약자의 장례 어려움 해소 및 사회 안전망 구축 목적으로 '공영장례제 도입에 관한 법률'을 제정, 2010년 '고령화 사회 대비 장례 지원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했으며, 2014년 '공영장례제 도입에 관한 법률' 개정 및 시행령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사법 개정(’21.12, ’22.6 시행)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도록 국가나 지자체의 장례비용 지원근거를 마련했으나, 지역별 편차로 인한 장례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무연고사자들에 대한 장례절차에서 조문의식 절차가 생략되는 곳들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부산시는 민관학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공영장례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산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여 민간단체,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과 협력하여 공영장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시신의 안치, 염습, 입관, 운구는 각 구청 예산으로, 장례서비스는 부산시의 예산으로, 화장과 봉안은 공설장사시설에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각 구청의 편차는 장례서비스 부분에서 나온다. 이 부분을 부산시가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통일성 있는 장례절차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었으며 전문 장례지도사가 진행한다. 

 

공영장례 BI(안녕한부산) 제작 및 홍보 리플릿 배부
공영장례 BI(안녕한부산) 제작 및 홍보 리플릿 배부

부산시는 시민들의 공영장례 참여를 유도하고, 애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부고란을 개설하고, 부고 알림 및 매뉴얼을 통일화했으며, 이를 통해 공영장례 건수가 53%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시는 언론 매체를 통한 홍보, 시민 교육, 지역사회 연계 등을 통해 공영장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전용 빈소, 화장, 봉안시설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민단체와의 협력이다. 시민단체는 조문단을 만들어 시민들이 장례의식에 참여하도록 홍보하고, 무연고 사망자들의 죽음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의 공영장례에 대한 모니터링과 개선책 등을 함께 연구한다. 부산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대전시를 비롯한 각 구별로 공영장례에 대한 조례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각 구별로 지원되는 예산과 장례절차에 편차가 존재한다. 장례 관련 전문가도 없고, 장례의식조차 없는 곳도 있다.

대전시 의회는 얼마전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개정한 바 있다. 장례의식 지원·유품 정리 및 청소·공영장례 진행 절차 홍보 등 각 자치구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집행이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래지식희망나눔(회장 김종숙)의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무연고사자는 우리 사회의 일부 구성원이며, 존엄한 죽음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개인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는 부산시를 비롯한 성공적인 사례를 참고하여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특히, 민관학 협력 강화, 통합 시스템 구축, 부고 시스템 개선, 공영장례 홍보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학교 교육·시민 교육·언론 보도 등을 통해 무연고사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연고 고독사자. 이들의 죽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이웃이었던 그들을 잊지 않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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