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조직에서 공무원의 권한은 군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산군에서 드러난 일련의 사건은 공직 윤리를 정면으로 위배한 충격적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사건의 발단은 금산군의 공식 상징물인 군 로고와 금산인삼축제재단 로그가 무단으로 사용된 데서 시작됐다. 해당 상징물은 상표권과 저작권이 등록된 공공자산으로, 금산군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박범인 군수의 최측근 보좌관 A씨와 민간인 B씨가 사익을 위해 이를 무단 사용했고, 이들은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로고 무단 사용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후, 이를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박 군수를 포함한 공직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박 군수 등 총 8명이 허위공문서 작성, 직무 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이다.

정상적인 공직사회라면 사건 발생 직후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관련자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러나 금산군은 오히려 사태를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심각한 점은 사건 발생 사후에, 은폐 목적의 공문서가 작성되고 박 군수가 최종 결재했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관련 공무원 4명에게 도용 사실을 알렸을 당시, 부군수(2023년)였던 C씨는 “군 마크를 사용하려면 협의가 필요하며 무단 사용은 도용”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씨는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용 공문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서 작성에 참여한 간부 D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이 사용하는 것은 여기(군청) 승인받고 해야 돼요”라고 밝혔고, 팀장급 E씨는 “공문이 오고 간 시점을 일단 다 동의를 구한 걸로, 승인한 걸로, 보기로 했어요”라고 전하며, 이는 사후 승인으로 은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무단 도용사용 사실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사후 공문을 근거로 ‘정상적 승인’이었다는 것은 행정의 기본 원칙도 저버린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공문서 처리는 군수의 지시나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장인 박 군수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 주민 F씨는 “군수가 조직적 은폐에 참여했다는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관련자 전원의 철저한 수사와 책임 있는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내부 오해로 볼 수 없다. 공직사회의 부패가 군민의 권리를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공익이 아닌 은폐 목적으로 작성된 공문서는 군민의 권리와 신뢰를 훼손하는 위법 행위이며, 헌법적 책임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법은 공직자에게 더 높은 윤리성과 책임을 요구한다.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된다면, 이는 금산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썩은 뿌리는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공직사회를 병들게 한 자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법적·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철저한 수사와 아울러 단호한 조치를 통해 공직 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