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군, 공직자 일탈 감추려 초급행 졸속행정 자행

공정시민연대, 공직선거법 저촉여부 확인 나서

조준권 기자
조준권 기자

행정학을 전공한 한 학자는 특강이 끝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은가?" 

즉,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아닌, 중앙정부가 해당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공무원을 임명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인데... 

이 학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어언 28년인데, 이런 질문은 참으로 난처하다"면서 "주민의식은 높아졌는데, 지도자의 역량이 부합하지 못해 나타나는 사회적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티앤티>기자는 지난 4일 <금산인삼축제 디자인 도용 '개인 상품세트' 제작한 공무원..."홍보하려고">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는데, 본 기사를 취재하면서 현재 금산군이 얼마나 군민을 우롱하는 졸속 행정을 펼치고 있는지 실감했다.

■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기자는 최근 금산군이 긴급 사안도 아닌 민원을 접수 및 결재문서 등록, 승인 완료까지 단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웃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민원을 이렇듯 신속 처리하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편으로는 일개 공무원의 일탈로 촉발된 사건을 금산군이 부랴부랴 무마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앞서 공무원 A씨는 지난 9월 중순 경 개인적으로 제작한 상품에 금산군의 상징인 인삼 심벌과 로고,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포스터 디자인 등 군(郡)의 업무표장을 무단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군(郡)의 상징인 업무표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필히 사전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A씨는 허가 없이 군(郡) 업무표장을 사용해 상품 세트를 만들어 지역 내 여러 곳에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러한 사실을 금산군 및 금산축제관광재단 관계자들은 사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금산군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골프공 상품 포장디자인, (우)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 포스터 / 뉴스티앤티
(좌)금산군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골프공 상품 포장디자인, (우)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 포스터 / 뉴스티앤티

이러한 가운데 같은 달 27일, 금산군의 결재시스템에는 A씨가 제작한 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물품과 관련해 군(郡) 업무표장 등의 사용 동의를 요청하는 문서가 등록됐고, 금산군은 같은 날 이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와 관련 군(郡) 관계자 B씨는 "하루 전인 26일, 출장 중인데 민원공문이 군(郡) 기획실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문서를 살펴보면 사용승인 요청자는 공무원 A씨가 아닌 모 농업법인으로 되어 있다. 사용요청 내역은 금산군 업무표장, 금산축제관광재단 업무표장, 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포스터 등 3개 항목이며, 사용기간은 올 9월부터 12월까지, 사용목적과 방법은 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물품 제작으로 되어 있다.

이에 금산군은 '성공적인 축제 개최와 금산인삼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조건부 사용승인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으로 '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물품 제작에 한하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 금지'하는 조건으로 승인 처리했다. 이 문서에는 군수, 부군수를 비롯 총 5명이 결재했다.

A씨가 유통한 상품 포장에 사용했던 군정 슬로건 '생명의 고향 금산, 세계로 미래로'는 (실수였는지) 내용에서 빠져 있었다. 

 

금산군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골프공 상품 포장디자인
금산군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골프공 상품 포장디자인

금산군 부군수는 결재 이틀 전인 9월 25일 이뤄진 취재에서 기관 표장 등의 사용승인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고, 결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군(郡) 기획실 관계자도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다만, 같은 날 A씨는 사용 승인을 군(郡)에서 검토 중에 있으며, 강매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A씨는 "파는 것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면서 "개인한테 판 것은 어쩔 수 없다. 많이 뿌렸다. 금산축제를 위해 내가 홍보하려고 사비를 들어서 한 건데, 이걸 정치적으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다.

금산축제관광재단과의 계약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아니오"라며 "군(郡) 기획실과 협의 중이고, 이상이 없다면 뿌리고, 만약 법적 검토에서 문제가 된다면 케이스만 소각하면 그만"이라고 답했다.

A씨는 "내가 제작하고, 인쇄하고, 다 한거다"라며 "강매한 것도 아니고, 주변인들이 '너무 잘했다, 홍보 도와주겠다'고 구매한 거지, 판매한 거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관공서의 일반적인 민원 처리 기간은 7~14일이다.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군(郡)의 업무표장 사용에 대한 승인건이 단 하루 만에 결재까지 완료됐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 금산군 부군수 "법을 몰라서...큰 문제 없다"

지난 4일 기자는 부군수에게 "이미 기관 표장 등을 도용하여 상품의 일부를 유상으로 유통했는데, 적절한 조치 없이 뒷북행정으로 무마하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부군수는 ″이미 한 사실은 몰랐다″라고 해명하며 ″금산군을 위해 개인이 했더라도, 허가를 받고서 해서야 하는데 실수로 금산군을 위해 홍보용으로 했다면, 그건 큰 죄가 되지 않는다, 또 법을 몰라서 무료로 홍보했다면 큰 문제는 없다, 단 금산군을 도용해서 영리 행위를 했을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 타 지자체의 업무표장 사용 허가와 비교

지방자치단체의 업무표장 사용 허가와 관련한 비교 사례는 강원도 삼척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척시의 노인일자리사업 운영기관인 삼척시니어클럽은 지난 3월 사업과 관련된 포장박스 및 쇼핑백을 제작하면서 삼척시의 로고와 캐릭터 등 상징물 상표권의 사용기간을 2년 연장했다. 수행 중인 사업과 관련해 상표권의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단순한 절차였지만 승인까지는 7일이 걸렸다. 

또, 삼척시는 결재문서에 상표권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적시함은 물론, 사용허가 검토사항도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령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금산군의 해당 문서와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 금산군 공정시민연대,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 확인 나서

이번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 상품을 제작·유통한 별정직 공무원 A씨는 박범인 금산군수의 선거캠프 출신이다.

금산군 공정시민연대는 군(郡) 공직자가 사비로 상품을 무료 유통시킨 것과 관련해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등의 선거법 위반 저촉 여부를 질의했다. 공정시민연대는 현재 회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군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제작·배포한 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물품. 지난 4일자 기사가 보도되자 주민들이 모 회사 사무실에 상품을 갖다놓은 모습 / 뉴스티앤티 
금산군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제작·배포한 제41회 금산세계인삼축제 홍보물품. 지난 4일자 기사가 보도된 후 주민들이 모 회사 사무실에 상품을 갖다놓은 모습 / 뉴스티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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