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공화국의 수상한 가을 시작되나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것인가.
부채공화국의 수상한 가을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기자생활을 종합경제지에서 시작했다. 십 수 년 경제지에서 부동산에 대한 식견을 길렀다. 그렇지만 10년 전부터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변했다. 

필자는 전 정부 시절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하더니'란 칼럼을 통해 '빚투'를 경고했다. 
또 전전 정부 시절로 기억된다. '부채공화국의 수상한 봄'이란 제목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환기했다. 

부동산에 투자했던 친구들은 이런 논조에 대해 꽤나 거북해 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아파트 값이 5억, 3억 원이 올랐다며 자랑이다. 
그러고는 10년 내내 부동산 하락을 장담하는 필자를 못 마땅했다.
친구들은 내가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과 같다며 놀렸다. 

그래도 나는 아파트 투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 
2000조가 넘는 과도한 가계부채가 부동산 필패로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다. 
세대를 불문한 부동산 몰빵은 '쓰나미'가 될 것이란 확신에 변함이 없다.

그들은 이런 부정적인 전망에 불편해 했고 두고보자고 별렀다. 
주머니 속 내 돈도 아니건만 수억 원이 달린 문제여서 다들 예민하게 반응했다. 
요즘은 무슨 '쓰나미'냐 항변하면서도 우려의 기색이 역력하다.  

이랬던 부동산은 코로나19 복병을 만나게 됐다. 설상가상 복합불황에 금리 인상, '우.러전쟁' 등 악재가 쏟아졌다. 정부는 조정지역 및 투기과열지역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60%, DTI(총부채상환비율) 50%로 제한했다. 

'죽은 자식 귀 만지기'라 했던가. 실기한 부동산 규제 완화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진 고금리는 필자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저금리에 현혹돼 '영끌'한 2030세대다. '빚투'의 어두운 그림자는 아파트의 폭락이다. 금리가 더 오른다면 빚을 못 갚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할 것이다.
그 수순으로 깡통전세와 상가가 무저지고 있다. 이어질 주택 값 급락은 대출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다. 복합불황, 인구감소, 3고(高) 시대가 그 요인이 될 것이다. 

마침내 10년 주기의 부동산 위기도 재현될 조짐이다. 주식 또한 지난 1991년 이후 30년 간 고작 3.3배 성장에 그친 취약한 경제구조도 문제다. 이런 악재들로 시중은행도 머잖아 위기를 맞을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곧 집값이 폭락할 것이다. 집값 폭락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다.

안타까운 건, 집값 하락에 떨고 있는 2030세대다. 이들은 지난 IMF가 발발한 이듬해 1998년의 집값 폭락을 모른다. 또한 10년 지난 2009년의 부동산 급락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저 저금리, 집값 급등의 이유로 문 정부 막바지 '영끌', '빚투'에 나섰다. 부동산 한탕주의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중소형 아파트까지 여파를 미쳤다.

그러나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들의 매물로 폭락장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2030 집값 하락의 진앙은 4050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2030세대의 가계대출은 2021년 기준 무려 504조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2000조 원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저금리로 3년 만에 1.5배가 늘어난 것이다.  

대출금은 대부분 부동산,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이자가 오르면 당연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법 없는 경제침체의 늪에서 청년들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건설업자 한 친구는 2년 전 다세대 투룸사업을 벌였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불광역, 연신내역 지하철 역세권이라서 분양을 낙관했다.
투룸 50세대 중 달랑 1세대만 분양돼 걱정이 태산이다. 상가와 환금성이 큰 부동산을 우선해 처분했다. PF 대출이자가 3.9%에서 6.2%로 올랐고 8%까지 인상을 염려하고 있다. 

또 계룡시, 충주, 제천에서 등에서 아파트 분양을 완판했던 건설업체도 요즘 고민이다. 이 업체는 최근 논산시 연무대와 강경읍에서 808세대 분양계획을 유보했다.
소도시의 분양열기가 꺾였고 PF이자가 6%선을 넘어 선 것이 철회 이유다.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도 거래절벽이 심화돼 유명 아파트 값이 수억 원씩 떨어지고 있다.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태로 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금융권이 혼돈에 빠진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현재의 금리가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연 0.5%였던 기준금리가 10월 현재 3%까지 올랐다. 1년여 만에 금리가 2.5%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연 30조 원의 추가 이자부담이 예상된다. 

결국 저금리 시대 건설 한탕주의는 끝났다. 곧 파국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정치도 비정상이지만 아파트 환상에 빠진 우리도 제정신은 아니다. 
이제 집은 투기가 아니라 주거공간이 돼야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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