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타살 이제는 멈춰야 

벧엘의집 원용철 담임목사
벧엘의집 원용철 담임목사

먼저 올해도 쪽방과 거리에서, 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나의 또 다른 영혼 우리 이웃들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끝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동짓날은 왔습니다. 

매년 동짓날 우리는 이 땅에서 억울한 죽임이 없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더 이상 사회적 타살은 멈춰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회적 타살은 멈추지 않고 올해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쓸쓸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 판데믹이 심화돼 방역단계가 상향되면서 사회적 타살로 세상을 등진 우리 이웃의 추모행사마저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20년을 한 마음으로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억울한 죽임은 없어야 한다며 모두가 사람다움을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꿔 왔습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이라곤 연도를 나타내는 숫자뿐, 세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더욱이 코로나 판데믹으로 우리의 추모행사는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입니다.

정말 그렇게 우리의 삶은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삶이었나요.
그저 숨죽이며 이 사회가 던져주는 동정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는 잉여인간에 불과했나요.

계층 간의 사다리가 끊어져도, 불평등이 심화돼도 알코올 중독자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게으르다, 무책임하다, 노숙을 즐긴다는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감내하며 그림자처럼 살아가야 하나요.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은 전부다 우리의 책임인가요.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인지요.

대통령 후보들도, 진보 정치인도, 진보 정당도, 불평등을 고발하는 집회 현장에도 우리의 아픔과 절망을 귀기울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아픔과 절망, 억울함은 순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아무리 불평등을 극복하자고 해도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그것은 우리의 사연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불평등, 사회적 약자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우리는 우리사회에서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도 소중한 인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동정의 대상이 아닌 당당히 사람답게 살아갈 주체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세계 불평등 연구소'에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평균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으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보다는 높고, 프랑스, 독일보다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성인이 보유한 부(富)는 중국 평균 보다 2배 이상, 인도보다는 8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서유럽국가들보다 부유하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소득격차는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가 14배로 서유럽국가들의 소득격차와 비교하면 프랑스가 7배로 한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8배, 영국이 9배, 독일은 10배로 한국보다 격차가 작았다고 합니다.

또한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더욱 심각해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는 5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전체 부의 58.5%, 하위 50%가 보유하고 있는 부는 평균 5.6%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표는 무엇을 말할까요. 함께 끼니를 걱정해야 할 때는 그래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내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희망마저 빼앗겨 버렸습니다. 
개인의 능력은 이미 허구가 된 세상, 아무리 애써도 부의 대물림을 쫓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애쓰면 애쓰는 만큼 우리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합니다. 무능한 사람, 남들이 열심히 일할 때 빈둥댄 사람으로 취급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사람은 당신의 형상을 닮은 소중한 인격을 가진 존재라고 합니다. 
우리도 존중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2021년 동짓날에 또 한 번 꿈을 꿉니다. 

부의 불평등으로 차별하는 세상이 아닌 모든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가난하다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배제하지 않고 낙인찍지 않는 세상, 동정이 아닌 우리를 소중한 사람으로 대우해 주는 세상을 말입니다.
반드시 그런 세상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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