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코로나 속에도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 잃지 말아야

벧엘의집 원용철 담당목사
벧엘의집 원용철 담당목사

가을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지났다. 그러나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폭염 하나만으로 견뎌내기 쉽지 않은 것이 쪽방생활인 등 가난한 사람들이다.
올 여름 이들은 코로나19 4차 판데믹으로 힘들고 고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 마디로 폭염과 코로나19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재난상황이나 진배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재난을 해결하고 재난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20년 넘게 달려온 벧엘의집도 혼란스럽다.

쪽방은 쪽방대로 매년 그랬던 것처럼 나름대로 혹서기 대책을 세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제약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대전역 거리급식도 마찬가지로 중단 없이 진행하기는 했지만 4차 판데믹을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파행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생존을 위해서 길게 늘어선 급식 대기 줄이 방역법 위반이라는 민원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진료소도 마찬가지다.
분명 우리나라 의료여건이 좋아지거나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이 개선된 것도 아닌데 환자가 급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진료소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찾아오는 이들도 여전하다. 
캄보디아 해외협력 사업인 사단법인 '세계의 심장'도 2년 가까이 멈췄다. 
이렇게 코로나 판데믹은 벧엘의집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재난(disaster)이란 '별(astro)이 없는(dis) 상태'라고 한다. 
고대 지중해를 향해하던 그리스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항로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배가 항로를 잃는다는 말과 같다.
더 나아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그렇기에 재난은 곧 별이 사라진 상태라는 것이다. 
지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코로나19 판데믹과 폭염으로 그동안 자신들의 삶의 근거였던 무료급식, 무더위 쉼터가 사라질 위기거나 사라졌다.

아무리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코로나 판데믹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혼자 힘으로 견뎌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는데,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의 쪽박까지 깨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꼭 지켜야 하는 연대와 배려, 협력,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까지 잃어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아직은 재난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별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벧엘의집이 대전역 인근 가난한 사람들에게 별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것도 벧엘의집의 별이 되어준 사람들이 참 많기 때문에 가능했다. 

20년 넘게 꾸준히 무료진료소를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 벧엘의집 초창기부터 꾸준히 대전역 거리급식을 이어가고 있는 함하세와 남부연회 희망봉사단 등 많은 단체와 교회, 후원자들,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벧엘의집의 별들이었다.

최근 아주 밝은 빛을 내는 별이 되어주는 단체가 있다. 바로 두레라이온스클럽이다. 
두레라이온스클럽과 벧엘의집이 인연을 맺은 것이 2012년 서희재 회장 때부터니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윤범석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전역 거리급식 봉사만큼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대전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면서 상황이 녹녹지 않다. 
그래도 매달 약속은 지키겠노라며 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면 벧엘의집을 찾아와 봉사금이라도 전달하고 간다. 

그런 와중에 송근명 1부회장이 목동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소식에서 화환대신 쌀 70포를 기증받아 대전역 거리급식에 써 달라며 후원한 것이다. 
그것도 대전역 거리급식에 써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벧엘의집은 수 많은 별이 되어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 잘못 만나 창립 때부터 교회 임지를 옮겼음에도 후원하는 친구 목사들, 선배 목사님들도 별이다.  

벧엘의집이 속한 남부연회 교회들, 개인 후원자님들, 인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찾아와 주는 공기업, 단체들도 또한 같다.
재난상황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밝히는 빛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빛이 있기에 어쩌면 벧엘이라는 배가 항로를 잃지 않고 오늘도 사람다운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 벧엘의집 표어가 '벧엘의집과 함께 여는 세상'이다. 
바로 이런 별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재난 상황을 넘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코로나와 폭염으로 힘들고 혼란스럽지만 이럴 때 수 많은 별들이 빛을 비추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찾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무사히 항구로 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이웃에게 별이 되어주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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