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통해 새 희망 찾는 전환점이 되길 소망

벧엘의집 원용철 담당목사
벧엘의집 원용철 담당목사

벧엘의집 울안공동체 조리원이 바뀐 지 한 달이 지났다.
그간 여러 번 얘기했듯 벧엘의집 조리사는 공동체 당사자로 한다는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됐다.

이 원칙에 따라 울안공동체 조리원을 당사자 중에 최00을 채용했다.
당사자를 일꾼으로 세울 때나 모든 일꾼을 세울 때나 간절한 바램은 벧엘정신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실현하는 동지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 바람이 결국에는 아쉬움과 실패로 끝날 때가 많다. 그것은 당사자 출신의 일꾼 뿐만은 아니다.
다른 일꾼들도 처음에는 기관의 창립정신과 비전을 공유하고 출발하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면 그 정신과 비전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벧엘정신을 이해는 하지만 타성에 젖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두 눈 질끈 감고 그저 성실하게 자신의 책임만 수행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래도 늘 되돌아오는 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처럼, 무쏘의 뿔처럼 고집을 부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때론 동지들이 이런 아집에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이번 조리원 채용 과정도 그랬다. 그 전 조리원도 당사자, 그 이전에도 당사자였지만 매번 잘 하리라 기대하고 믿었다.
짧게는 수개월, 길어야 1년 남짓이니 그냥 오래 있어 주길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데 이번 최00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 많은 감동을 준다.
약간은 문제가 감지되기도 하나 필자에게 직접적으로 목격된 것이 없으니 잘 하고있다고 믿고 있다.

우선 벧엘 식구들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에 많은 감동을 받는다.
사람들은 일을 할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마음을 담아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저 주어진 일이니 열심히 하는 것에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마음을 담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임한다면 다른 이에게 그런 마음은 전달되게 마련이다.

어느 음식점에 가보니 내 가족이 먹는 음식처럼 준비한다는 구호가 있다.
이는 다시말해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정성스럽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는 어머니 마음으로 한다면 분명 거기에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음식점을 폄하하는 것도 지금까지 우리 벧엘에서 조리원으로 일했던 분들이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최00이 조리원으로 일하면서 벧엘식당에는 작은 변화들이 감지된다.
국이나 반찬은 단체급식 특성상 처음에는 뜨겁지만 나중에 먹는 사람은 식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00은 뷔페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휴대용 가스렌즈로 국이나 반찬을 따듯하게 데워 벧엘식구들이 먹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 뿐인가. 남은 밥을 가지고 숭늉을 만들어 내놓는다든지, 식혜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마음을 담는 행동이 아닐까.

그렇다보니 벧엘식구들 사이에서는 음식이 맛있어졌다. 고급스러워졌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그렇다고 특별한 메뉴도 아니다. 단지 작은 배려가 벧엘식당을 단체급식소에서 고급식당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나 최00이 지금처럼 벧엘 정신을 이어가는 훌륭한 일꾼이 되길 기도한다.
그의 말대로 비록 조리원이란 보잘 것 없는 자리지만 그의 인생에서 삶을 가다듬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에게도 부족한 것이 있을 것이다. 불퉁불퉁 성격 탓에 때론 다른 이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또 약간의 불안한 기미도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가 고백한 것처럼 벧엘이 희망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곳이 되길 소망한다.
함께 사람다움의 세상을 여는 동지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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