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판데믹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희망진료센터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진료소의 모토가 빨리 없어지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작금의 활동의 축소가 곧 없어져도 되는 기관으로 가는 길이기에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빨리 없어지는 기관이 되자고 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어져야 한다는 믿음때문이다.
그렇게 무료진료 활동이 더 필요치 않은 세상을 만들고자했던 우리의 결의와 다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희망진료센터가 없어져도 될만한 그런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는가.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렇듯 국가는 국민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권은 곧 인권에서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의료현실은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공공병원이 전체 병상의 10%도 안 되는 시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건강권이 헌법에 규정돼 있고 인권에서 기본권이라고 외쳐도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니 전국에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진료활동을 하는 곳이 많이 있는 것이다.
희망진료센터도 그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희망진료센터는 진료소를 찾아오는 사람만이 아닌 나아가 의료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공의료 확대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대전의료원 설립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희망진료센터가 나름 존재의 이유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지난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우선 학생봉사자가 감염의 위험성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나름 쪽방 식구들과 울안 식구들을 구분해 진료하고는 있지만 진료인원도 크게 줄어 들었다.
거기에다 영양제 주사, 치과, 안과, 물리치료실 운영은 개점휴업 상태다.
환자가 줄어든 것이 의료 환경이 좋아진 것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 이런 상황이 진료소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말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의료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공의료 확대 및 대전의료원 설립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당장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듯이 진료소를 찾아오는 이들을 치료해 왔지만 잘 하고 있는지 지금쯤 돌아볼 일이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난 22년 동안 희망진료센터는 치료가 필요해서 찾아오는 이에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되려고 했었다.

그리고 나름 성과도 많았다. 그래서 희망진료센터의 존재의 이유를 그곳에 두고 진료소를 찾아오는 이는 어떻게든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갔다.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체계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상당부분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잠시 성과에 만족하면서 타성에 젖는 동안 그 성과는 한순간 사라지고 다시 처음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치료가 필요해 진료소 문을 두드릴 때는 시기를 놓친 사람이 많다.
그런 그들에게 여전히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처음에는 열정이라도 있었는데 그 열정도 식어 버린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진료소를 찾아오는 이에게는 해 줄 것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22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의료 환경은 바뀐 것이 별로 없다.
변한 건 22년이라는 역사와 희망진료센터의 운영이 안정됐을 뿐이다.

다시 출발선에 서는 심정으로 진료소가 가야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19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제대로 찾으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는 아닐까.

사랑하는 동지들이여, 우리 다시 지혜와 힘을 모아 희망진료센터가 가야할 길을 찾아보자..
코로나19로 잠시 멈춘 오늘, 우리가 가야할 길을 함께 모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