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선병원 심뇌혈관센터 조성래 센터장
“치매, 생활습관 개선과 첨단 치료 결합하면 진행 늦출 수 있어”

고령화 사회의 큰 걱정거리인 치매에 맞서 뇌의 회복 능력인 ‘신경 가소성’을 활용한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꾸준한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최신 신약, 디지털 치료제 등이 결합된 다각적 접근법이 치매 진행을 늦추는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라는 세 글자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안겨준다. 소중한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고,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어지는 과정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뇌는 되돌릴 수 없다’는 낡은 상식이 깨지면서, 치매 정복의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그 열쇠는 바로 우리 뇌 안에 잠자고 있는 놀라운 능력,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유성선병원 심뇌혈관센터 조성래 센터장은 “뇌를 딱딱하게 굳은 기계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생명체로 봐야 한다”며 “신경 가소성은 뇌가 가진 놀라운 회복력이자, 치매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내 뇌의 ‘슈퍼파워’, 신경 가소성을 깨워라

과거 의학계는 뇌세포가 한번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은 우리의 뇌가 마치 교통체증이 생긴 도로 옆으로 새로운 우회로를 만들어내듯, 손상된 신경세포 주변에 새로운 연결망을 구축해 기능을 복원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것이 바로 신경 가소성의 핵심이다.

조성래 센터장은 “일상 속 작은 습관이 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신경 가소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 두뇌 운동 : 책 읽기, 글쓰기, 외국어 공부, 악기 연주처럼 머리를 쓰는 활동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해 ‘두뇌 근육’을 단련시킨다.

△ 신체 활동 : 일주일에 3회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액량을 늘려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새로운 연결을 촉진한다.

△ 사회적 교류 : 친구나 가족과 즐겁게 대화하고 어울리는 것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뇌 전반을 활성화하는 최고의 자극제다.

△  균형 잡힌 식단 : 신선한 채소와 과일,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생선 등은 뇌세포를 보호하는 천연 방패 역할을 한다.

 

유성선병원 심뇌혈관센터 조성래 센터장
유성선병원 심뇌혈관센터 조성래 센터장

‘게임 체인저’ 신약부터 VR 치료까지… 진화하는 의학 기술

생활 습관 개선과 더불어 의학 기술의 발전은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약물들이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등장한 레카네맙, 도나네맙 같은 항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제거해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도 현실이 됐다. 자기장이나 미세전류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신경회로를 활성화하는 비침습적 뇌자극술(rTMS, tDCS)은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집에서 게임처럼 즐기는 가상현실(VR) 인지훈련 프로그램이나 디지털 치료제 앱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손목에 찬 웨어러블 기기로 나의 뇌파와 수면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두뇌 건강 솔루션을 제공받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치매, 더 이상 속수무책 아니다”

조성래 센터장은 “치매는 약 하나로 해결되는 병이 아니라, 환자 자신의 노력과 최신 의학 기술이 시너지를 낼 때 비로소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저하지 말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용기”라며,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나다. 오늘부터 뇌를 깨우는 건강한 습관을 시작하는 것이 치매로부터 나와 가족을 지키는 최고의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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