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선병원 부인과 변승원 전문의

많은 여성이 생리 기간마다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으며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다. 이를 당연한 증상으로 여기고 진통제로 버티는 경우가 많지만, 통증이 비정상적으로 심하다면 ‘심부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유성선병원 부인과 변승원 전문의는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생리통은 자궁 질환의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며 “특히 자궁내막 조직이 골반 깊숙이 침투하는 심부자궁내막증은 만성적인 통증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허리·다리까지 뻗는 통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오인도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생리혈 역류 등의 원인으로 자궁 밖, 즉 난소나 복막, 장 등에 자리 잡아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조직이 골반 복막이나 방광, 요관, 골반 신경 등 깊은 곳까지 침투한 상태가 바로 ‘심부자궁내막증’이다.
문제는 증상이 비특이적이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극심한 생리통 △만성 골반통 △허리 통증 △성교통 △배변통 △다리 저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골반 신경을 침범하면 사타구니, 허벅지, 종아리로 뻗치는 찌릿한 신경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래가 빠질 듯한 통증이나 직장 압박감, 구역감, 설사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변승원 전문의는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생리 기간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구역감·어지럼증이 심하다면 반드시 부인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초음파·MRI로 진단, 가장 정확한 검사는 ‘복강경 수술’
자궁내막증 진단은 병력 청취와 함께 질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질 초음파는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종(혹)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고, MRI는 골반 복막이나 신경 등 깊은 부위에 숨어있는 병변까지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자 근본적인 치료법은 ‘복강경 수술’이다. 복강경을 통해 병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동시에 염증 조직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빠른 임신 시도를 통해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그러나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통증 △골반 신경 압박으로 인한 다리 저림 △원인 불명의 난임 등이 지속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적극적으로 고려된다.
■ 높은 재발률, 첫 수술 시 완벽한 조직 제거가 관건
자궁내막증 수술의 핵심은 병변을 얼마나 완벽하게 제거하느냐에 있다. 주변 장기를 침범한 경우, 해당 조직을 정교하게 절제해야 한다. 직장 근육층까지 침범했다면 장 일부를, 방광이나 요관을 침범했다면 해당 부위를 절제 후 문합하는 고난도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 5년 내 재발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재발이 잦은 질환이다. 변 전문의는 “첫 수술에서 눈에 보이는 병변을 얼마나 깨끗하게 제거하는지가 향후 재발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장기 침범 가능성까지 고려해 다학제적 접근이 가능하고, 수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폐경 이후에는 호르몬 변화로 병의 진행이 멈추지만,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종은 드물게 난소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변 전문의는 “생리통은 참아야 할 숙명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라며 “자신의 몸이 보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는 것이 여성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