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교육학박사·환경운동가(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 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오늘날의 교육은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글로벌화 등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지식 암기보다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IB 교육은 학생들이 단순한 정답 찾기를 넘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다각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한다. 즉, IB 교육은 우리 사회의 교육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혁신적인 모델이다.
IB 교육은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적인 교육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국제연합(UN)에서 일하던 외교관·국제기구 직원들의 자녀들이 각기 다른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다 보니 통합된 국제 표준 교육과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등장하였다. 당시 프랑스·영국·미국 등 각국의 교육과정이 달라 공통된 대학 입학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IB 교육은 150여 개국, 5,7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외국의 경우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공립학교에서도 IB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 입학에서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어 명문 대학들이 IB 교육을 높게 평가하며, IB 학생들이 국제적인 감각과 연구 능력을 갖춘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과거에는 IB 교육이 주로 외국인 학교나 일부 국제학교에서만 운영되었으나, 최근에는 공교육에서도 IB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2022년 전국 최초로 IB 공립학교인 대정고등학교에서 IB DP를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대구광역시도 IB 교육을 적극 도입하여 일부 초·중·고등학교에서 PYP(초등학생용)·MYP(중학생용)·DP(고등학생용)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 내 IB 인증을 받은 학교는 30여 개 이상(2025년 기준)이며, 아직은 대부분 국제학교 및 외국인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IB 교육의 강점을 보면, 첫째, 사고의 틀 확장이다. IB 교육이 기존 교육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탐구 중심 학습(Inquiry-Based Learning)’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다. IB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으며 학습을 주도해 나간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하며,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게 한다. 특히, IB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지식 이론(Theory of Knowledge, TOK)‘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을 확장하게 된다.
둘째, 융합적(Interdisciplinary) 학습 방식이다. IB 교육은 단순한 과목별 학습이 아니라 학문 간 융합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를 다룰 때 과학적·경제적·사회적 요소를 함께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Extended Essay(EE, 확장 논문) 작성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며 학문적 글쓰기 능력을 기르게 된다.
셋째, 국제적 감각과 글로벌 시민 교육이다. IB 교육은 특정 국가의 교육이 아니라 국제적인 관점에서 설계되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고, 글로벌 이슈(예 : 환경문제)를 다루는 교육을 받게 된다. 언어 교육이 중요하게 다뤄지며, 2개 이상의 언어 학습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예도 있다.
넷째, 다양한 평가 방식과 실생활 적용이다. IB는 단순한 시험 성적이 아니라 논술·프레젠테이션·프로젝트·연구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한다. 특히, 창의적 활동 및 봉사(Creativity, Activity, Service; CAS)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적 활동·체육·봉사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며, 사회적 책임감을 기르게 된다.
IB 교육 도입의 어려움과 도전 과제도 있다. 첫째, 교사 역량 부족이다. IB 교육을 운영하려면 교사들이 IB 방식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기존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IB 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IB 공인 교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추가적인 연수가 필요하며, 영어 수업 역량도 요구된다.
둘째, 평가 방식에 차이가 있다. IB 교육은 서술형 답안·논문·프로젝트 수행 등 종합적인 평가 방식을 사용하지만, 한국의 입시 제도는 여전히 객관식 시험 중심이라는 문제가 있다. 한국 대학이 IB 성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IB를 이수한 학생들이 국내 대학 입시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IB 교육 도입은 대학 입시 정책의 전향적인 변화와 함께할 때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높은 교육 비용이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큰 비용이 필요하다. 국제학교의 경우 IB 과정 학비가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며, 공립학교에서 운영할 때도 교육청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영어 사용 문제이다. IB 교육은 기본적으로 영어 또는 프랑스어·스페인어로 운영된다. 한국 공립학교에서 IB를 운영하려면 한국어 기반 IB 수업 모델이 필요한데, 제주도와 대구에서는 “한국어 IB(IBK)” 도입을 추진 중이며, IB 본부와 협력하여 한국어로 운영하는 IB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위와 같은 IB 교육 도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IB 교육의 영향력 확대되고 있고 단순 암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융합적 사고를 강조하는 IB 교육은 AI 시대에 더욱 적합한 교육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길러내는데 유리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IB 교육은 단순한 학습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사고의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교육 모델이다.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관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한국 교육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IB 교육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 조영종 교육학박사·환경운동가(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 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