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교육학박사·환경운동가(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 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특색교육과정은 맞춤형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며 학교의 브랜드 가치와 수요자 만족도를 증대시키는데 크게 기여" 역설

조영종 교육학박사·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조영종 교육학박사·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오늘날 교육 현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교는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각 학교의 개성과 특색이 희미해져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제는 학교마다 고유한 교육 철학과 방향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정립하고, 이를 학교의 전통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다.

학교는 단순히 교과서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 교육과정은 국가가 정한 표준과 시·도교육청이 정한 기준을 따르는 데 집중하다 보니 학교마다 차별화된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학생 선택권을 보장한다면,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학교 공동체가 공유하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예술과 인문학에 강점을 둔 학교는 학생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과학과 기술을 강조하는 학교는 실험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실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교육과정은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핀란드의 일부 학교들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학생들이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한 농업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실용적인 경제 감각과 자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특성화고등학교나 마이스터고등학교 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학교들이 있으며, 사립학교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학교들이 학생 주도형 수업과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차별화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초·중·고를 막론하고 일반 학교들에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정립하고 이를 전통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의 특색교육과정 운영 사례를 좀 더 들어보면, 전북의 한 초등학교는 농업·생태교육을 특성화하여 학교 텃밭과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자연 친화적 학습 환경 조성·농업 관련 창업 및 연구로 연결시키고 있고, 부산의 한 중학교는 지역 특성을 살려 해양과학·수산업·환경 보호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관련 분야로 진로를 개척하도록 돕고 있다.

정규교육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서도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성공한 사례들도 많은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미래형 창의융합(STEAM) 프로그램·3D 프린팅·드론 조종·코딩·로봇 제작 등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과학·기술 분야 관심을 높이고 전국 발명대회 등에서 수상을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광주의 한 중학교는 예술 중심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으로 국악·현대무용·연극 등을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수업을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지역 문화 행사 및 전국 대회에 참여하고 각종 대회에서 입상도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학교의 전통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명확히 수립하여야 한다. 각 학교는 교육 목표와 철학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반영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학교의 지역적 특성과 학생들의 필요를 고려하여 어떤 교육 요소를 강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철학과 비전은 교육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교육 공동체의 중지를 모아 정해진 학교의 철학과 비전이 학교장이나 학교운영위원장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교사의 역량 강화 및 지원이 필요하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들에게 충분한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동료 교사들과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셋째로 학생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의 유도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이 보다 실질적이고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음에 들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특색 교육과정을 따라 장거리 통학도 마다하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시대임을 감안할 때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은 작은 학교 살리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로 장기적인 평가 및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단기적인 실험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운영 결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학생들의 학습 성과와 만족도를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은 단순한 교육적 실험이 아니라 학교의 정체성과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수적이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제는 모든 학교가 자신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이를 전통으로 정착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보다 의미 있는 배움을 경험하고, 학교는 교육 공동체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영종 교육학박사·환경운동가(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 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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