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범계 의원, 公과 私를 구분하라!
[사설] 박범계 의원, 公과 私를 구분하라!
  • 이용환 기자
  • 승인 2019.12.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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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재선) 국회의원이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공수처법 찬성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사법연수원 23회 동기인 윤석열 검찰총장 향해 “대단히 서운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이후 좌천됐을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표 만류를 부탁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윤 총장의 사표를 막기 위해 “‘윤석열 형’으로 시작되는 절절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조 전 장관이 리트윗을 했다”면서 “그렇게 지켜진 윤석열 검사였다”는 일화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또한 윤 총장의 수사방식에 대해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 대표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운운하며, “수사의 칼날은 칼집과 같이 가야 한다”면서 “언제나 빼 들고 있는 수사의 칼은 윤 총장이 신봉하는 헌법상의 원리인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조인 출신의 박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박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윤 총장이 인간적인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조 전 장관의 수사를 적당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우리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하지만, 왜 그것이 조 전 장관의 수사에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로 인해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을 비롯한 수사대상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SNS에서라도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을 운운했다면 이날 발언에 대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의원이 윤 총장이 진두지휘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서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박 의원의 이날 발언에 대해 새로운보수당의 이종철 대변인은 “민의의 전당에서 조국-윤석열 신파극을 토해내는 박 의원이 국민들 눈에는 참으로 정신 나간 사람이라”면서 “도대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차 “옛정을 봐서라도 수사를 이쯤에서 접으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지난 27일 0시 50분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이 사건 범죄 혐의는 소명된다. 법치주의를 후퇴시켰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부장판사의 기각 사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지 조 전 장관이 범죄 혐의가 없다는 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몰아세우지만, 검찰의 조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권력에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처리를 해서 국민들 신망을 받았는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임명권자의 지시에 따른 검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학의 태두로 꼽히는 충남 부여 출신의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지난 9월 10일 문화일보에 “조국 임명 강행, 정상적 思考 결과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임명 강행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私的(사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선배이자 은사이며, 박 의원의 연세대 법대 은사이기도 한 허 교수는 우리나라 법학자 중 유일하게 독일 정교수 자격증 Habilitation(하빌리타치온)을 취득해 자브뤼켄대학과 본대학 그리고 바이로이트대학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칼슈미트의 결단주의적 헌법관이 대세를 이루던 국내 학계에 루돌프 스멘트의 동화적 통합론 헌법관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하면서 우리 헌법의 민주화를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2007년에는 독일 본대학에서 외국인 최초로 명예법학박사를 수여하기도 했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헌법 분야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진영논리에 빠져 公(공)과 私(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연세대 법대 은사인 허 교수가 왜 저런 기고문까지 써야 했는지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박 의원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 vs 진보진영으로 나뉜 정치인들이 명약관화하게 보이는 잘못에도 자신들의 진영은 ‘절대선’이고 상대 진영은 ‘절대악’으로 치부하고 있으니 국민들 역시 보수 vs 진보로 나뉘어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작금의 이 나라의 현실이다.

제발 대한민국이 우리 진영은 ‘절대선’이고 상대 진영은 ‘절대악’으로 치부하는 한쪽 편의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큰 나라가 아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도 옳은 일이다. 딸의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조국 전 장관의 퇴진도 옳은 일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여러 가지 합리적 의심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의 검찰 수사도 옳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 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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