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오늘도 제 지인께서 좋은 글을 보내주셨네요. 제 주변에도 혀를 잘못 놀려 망신당하거나 경찰에 불려 다니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웃에게는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말들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충고의 말은 상대의 면전에서 하고 칭찬은 뒤에서 해야 함을 경륜이 있는 어르신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 보실까요? 오늘 아침에 보내준 좋은 글을. 

옛날, 박상길이라는 상놈이 푸줏간을 열었는데, 박상길을 아는 양반 두사람이 시장에 들렀다가 이 푸줏간으로 들어왔다. 

첫번째 양반 한 사람이 주문했다. 

“야, 상길아! 고기  한 근만 다오.”
“예, 여기 있습니다.”

박상길은 양반이 주문한 고기 한 근을 베어 내놓았다. 

두번째 양반도 고기를 주문하려는데 박상길의 나이가 꽤 든 것 같은지라 말을 좀 다듬었다.

“박서방, 나도 고기 한 근 주시게.”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박상길은 처음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고기를 썰어 두 번째 양반 앞에 내놓는 것이었다. 먼저보다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러자 첫 번째 양반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아니 이놈아! 같은 고기 한 근을 주문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단 말이냐!”

“예, 그거야 앞엣 고기는 상길이가 잘랐고, 뒤엣 고기는 박서방이 잘라서 그렇답니다." 

박상길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하니 앞의 양반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상길이와 박서방은 이렇게 다른 사람이다.

아니, 말 한 마디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사람을 신분이나 나이는 물론 계급이나 생김새로 구분해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입은 옷이나 소유나 재산이나 타고 온 자동차나 외양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말 한 마디에 상길이와 박서방이 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란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다.

인생이 실패하는 이유 중에서 80%가 인간 관계의 실패 때문이라는 얘기도, 알고 보면 사람과 대화중의 실패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김소현 화가의 '새 생명' / 김용복 제공
김소현 화가의 '새 생명' / 김용복 제공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 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 하게 하고

부드럽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역사 이래 총이나 칼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혀끝에 맞아 죽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억제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칼로 일어선 사람은 칼로 망하고, 말로 일어선 사람은 입으로 망한다고 했습니다. 오죽 했으면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 했을까요? 입은 잘못 쓰면 화문(禍門)이지만 잘 쓰면 얼마나 복문(福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두고 보시기 바랍니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일어나는 인간관계를. 

박서방이라 부른다해서 자존심이 상합니까? 이웃을 존중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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