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2년여 우울증에 시달리며 살았다. 그러다가 3월 초 한국시니어 모델협회 회장인 나나영의 손에 이끌려 찾은 곳이 김채아 노래교실. 지적인 중년 여성들과 교양있는 남성들 몇 분이 어울려 노래를 배우고 있었다.

바로 그녀의 타이틀곡 ‘내게로’였다.

『내게로 가까이 와 봐 그리고 꽉 안아 봐 / 짜릿한 그대 숨결 나는 느끼고 있나 봐
자꾸자꾸 빠져드는 그대 두 눈 속으로 / 어쩜 좋아 미쳤나 봐 정신을 못차리겠어
나 오늘 그대와 사랑을 속삭이며 / 그대의 품에 안겨 뜨거운 가슴을 / 내가 느낄 수 있도록

내게로 가까이 와 봐 그리고 꽉 안아봐 / 짜릿한 그대 숨결 나는 느끼고 있나봐 / 자꾸자꾸 빠져드는 그대 두 마음으로 / 내 가슴이 뛰었나 봐 정신을 못차리겠어 / 나 오늘 그대와 사랑을 속삭이며 / 그대의 품에 안겨 뜨거운 가슴을 / 내가 느낄 수 있도록』

 

김채아 노래교실 / 김용복 제공
김채아 노래교실 / 김용복 제공

손벽 치고 웃으며 교양있는 분들과 시간 남짓 어울리다보니 우울하던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에게 패한 '와키자카 야스하루'장군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괴로워할 때, 그는 자신을 그 꼴로 만든, 이순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니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보자, 어떤 이야기인가?

1592년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패배를 경험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다른 일본 장수와는 다르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회고록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두려움에 떨려 음식을 며칠 몇 날을 먹을 수가 없었으며, 앞으로의 전쟁에 임해야 하는 장수로서 직무를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갔다.’라고.

또한, 회고록에는 적장이었지만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도 세세하게 적어놨던 것이다.

‘전몰장병의 시신을 수습해 작은 배에 각각 실어 고향으로 보내고 백성과 병사가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섬 개간을 허락해 달라며 직접 백방으로 백성의 살길을 찾으려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보며 적장이지만 존경할만한 장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그런 이순신을 보고 직접 겪은 그는 한산도 대첩에서 패배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매일 서재 은밀한 상자 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 한 점을 꺼내놓고 비밀스러운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예를 갖추었다고 한다.

승리의 역사보다 패배의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와키자카는 비록 왜군의 장수였지만, 자신의 과오와 상대의 뛰어남을 인정하고 회고록을 남겼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와키자카 야스하루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과 위대함을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한다.

나를 우울증에서 살려낸 김채아 가수를 사랑하고 싶다. 비록 남몰래 하는 짝사랑이면 어떻고 남들로부터 비난 받으면 어떠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내게로 가까이 와 봐 그리고 꽉 안아봐 / 짜릿한 그대 숨결 나는 느끼고 있나봐 / 자꾸자꾸 빠져드는 그대 두 눈 속으로 / 어쩜좋아 미쳤나 봐 정신을 못차리겠어

나 오늘 그대와 사랑을 속삭이며 / 그대의 품에 안겨 뜨거운 가슴을 / 내가 느낄수 있도록

김채아 가수의 타이틀곡처럼 ‘내게로 가까이 와 봐, 그리고 꽉 안아 봐, 짜릿한 그대 숨결 나는 느끼고 있나 봐’ 그대의 숨결만 느끼게 되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자꾸자꾸 빠져드는 그대 두 눈 속으로 어쩜 좋아 미쳤나 봐 정신을 못차리겠으면 어쩌랴! 매주 수요일마다 오면 만나게 되는 것을. 

일본의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이순신 초상화를 보며 우울증을 달랜 것처럼 나도 김채아 가수의 사진이라도 걸어놓고 우울증을 달래고 싶다.

더구나 이곳 ‘김채아 노래교실’에 오신 지적인 매력의 수강생들은 그저 시를 쓰는 문인으로, 시니어 한복 모델들로, 순수한 가정주부들인 것이다. 이들과 어울려 노래를 배우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필자는 언젠가 “사춘기 소년처럼 사랑하고 싶은 여인, 김채아라는 여인”이라는 칼럼을 써서 언론에 발표한 바 있다.

“사춘기 소년 시절 첫애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설레였다. 행복하냐 묻지도 못했고, 정말 이별했냐 묻지도 못했다. 노래 마디마디 마다에 흔들어 대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고갯짓 까딱까닥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녀는 늘 가까이에서 나와 대화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라고 썼던 것이다.

첫사랑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사춘기 시절 가슴 한 켠을 비집고 들어와 열병을 일으킨 상대는 이후 인생에서 마주칠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보다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첫 만남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녀를 만난 순간 내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수요일마다 이곳 노래 교실을 찾을 것이다.

2만원 수강료도 낼 것이며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이곳에 올 것이다.

화려한 네온 불빛에 휘청거리는 밤이 아니면 어떠랴. 그대만 내 곁에 있으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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