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정치학박사)/홍천 출생,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교수

김덕만(정치학박사)/홍천 출생,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교수
김덕만(정치학박사)/홍천 출생,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교수

선출직에 나왔다가 떨어진 후 바로 나눠 갖는 자리가 공공기관의 상임감사 보직입니다. 물론 상당수 인물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죠. 이 상임감사 자리는 이른바 끗발 순으로 차지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비리를 막아야 할 자리에 앉아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되기도 하죠. 이러한 행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언제쯤 ‘상임감사=낙하산’ 오명을 벗을까요?

우선 부동산을 감시해야 하는 한국부동산원(전 한국감정원)의 비리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다름 아닌 내부 비리를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 부동산원의 경찰수사

부동산원을 감독하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 A상임감사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습니다. A상임감사는 최근 자신의 지인이 판매하는 식물 공기정화장치를 부동산원에 설치하도록 주선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자신 사무실에는 무상으로 해당 공기정화장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부는 A상임감사가 이런 방식으로 총 8건, 5000만원 상당의 공기정화장치 등을 부동산원에게 납품하도록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초 A상임감사에 대한 비위 의혹 첩보를 입수 받아 지난 5월부터 약 3주간 부동산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실제 해당 공기청정장치를 계약하고 설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조치까지 했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국토부 감사 결과에 대한 사실 여부는 물론 또 다른 추가 비위 사실이 없는지도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경찰 수사 결과와 별도로 A상임감사에 대한 감사결과를 지난달 부동산원에 통보했습니다.

 

■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

2019년에 부동산원에 부임한 A상임감사는 정치권 인사로 대구시에서 시민단체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나 감사전문성과 거리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도 낙하산 상임감사 B씨의 내정설로 시끄럽습니다. 기술원 노조에 따르면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상임감사에 관련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권 인사가 연달아 내려와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문성을 갖추고 모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임감사 선임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출연연구기관이 정치권 인사의 놀이터가 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조금 지난 얘기입니다만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KDN C상임감사는 한때 지역 광역의원 출신이었습니다. 그의 공직 경력 중 에너지 분야 전문성을 입증할 만한 이력은 찾기 어려운데도 그는 정치권 연줄로 준정부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감사도 지냈습니다. C씨는 한전KDN 감사로 재직하던 2015년 10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공공기관감사포럼에 공적 예산 700만 원을 기부해 ‘셀프기부’라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 공적예산의 ‘셀프기부’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에서도 낙하산 상임감사의 ‘셀프 기부’가 적발됐습니다. 2016년 임명된 D감사는 임기 중에 모교 보문고에 자사예산으로 기부금을 내 기부금의 사유화 논란이 일었죠.

국민을 대신해 공공기관장의 경영을 감시하는 막중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낙하산으로 인해 상임감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참고로 상임감사의 보수는 1억1425만원 정도이고 비서와 운전기사 차량 등을 제공받습니다.

'공공기관 감사 낙하산 방지법'이 있지만 있으나마나한 법입니다. 되레 자격기준을 '1년 이상의 정당·시민단체 근무 경력’이 있으면 공공기관 상임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해 놔서 전문성과는 거리 먼 정치 낭인들의 얹는 보직으로 변질돼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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