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보컬, 3년 원격 협업
MV 제작→런던 대면 세션 완성
키이우-서울-런던 잇는 선율
데이븐AI 활용 MV로 "감정의 프레임" 담아

사진 = 한국인 작곡가 이언 정과 우크라이나 보컬 알렉스 빌야크
사진 = 한국인 작곡가 이언 정과 우크라이나 보컬 알렉스 빌야크

한국 작곡가 이언 정과 우크라이나 밴드 엠브리즈의 보컬 알렉스 빌야크가 전쟁 속 3년 원격 협업 끝에 런던에서 만나 완성한 두 곡 'You'와 'Life Is So Good'을 공개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건너 탄생한 이 곡들은 "당신은 견뎌냈다(You)"에서 "삶은 소중하다(Life Is So Good)"로 이어지며, 위로를 넘어 일상의 희망을 노래한다.

2022년, 세계는 팬데믹으로 멈춰 있었다. 국경은 닫혔고, 사람들은 화면 너머로만 만날 수 있었다.

그때 이언은 글로벌 뮤지션 매칭 플랫폼에서 자신의 곡 'Little Bird'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고 있었다. 수많은 목소리를 듣다가 알렉스 빌야크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직감했다. "목소리만 듣고 제가 생각한 노래와 너무 잘 맞아서 바로 연락했어요. 만난 적도 스친 인연도 없었지만, 음악적으로는 이미 통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언은 말했다.

사진 = 우크라이나 보컬 알렉스 빌야크와 한국인 작곡가 이언 정의 작업 모습
사진 = 우크라이나 보컬 알렉스 빌야크와 한국인 작곡가 이언 정의 작업 모습

알렉스 역시 이언의 메시지를 받고 곡을 들었을 때 '내 목소리가 필요한 곡'이라는 걸 확신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원격 협업이 시작됐다.

협업은 순탄치 않았다. 팬데믹도 모자라 이제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격화되면서 키이우에는 공습경보가 울렸고, 전력 공급이 끊겼다. 알렉스는 녹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둡고 차가운 지하 연습실에서 파워뱅크 하나에 장비를 연결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이언은 "그의 녹음 파일을 받아볼 때마다 '이 사람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로 버티고 있구나' 싶었죠. 그 울림이 제 안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직접 만나자"는 약속은 전쟁과 팬데믹을 건너 3년 만에 이루어졌다.

지난 가을, 엠브리즈가 활동 거점을 런던으로 옮기면서 두 뮤지션은 마침내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진 = 우크라이나 보컬 알렉스 빌야크와 한국인 작곡가 이언 정의 작업 모습
사진 = 우크라이나 보컬 알렉스 빌야크와 한국인 작곡가 이언 정의 작업 모습

알렉스는 "런던에서 이언을 처음 마주한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포옹했는데, 마치 오랜 세월 알고 지낸 형제를 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화면 너머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 호흡 - 눈빛이 박자를 이끌고, 숨결이 리듬을 만드는 그 순간. 이언은 "음악은 언어 이전의 공감이에요. 화면을 끄고 마주 앉았을 때, 노래가 비로소 사람을 만났습니다"라고 말했다.

런던 세션에서 두 뮤지션은 총 두 곡을 완성했다. 'You'와 'Life Is So Good'은 짝을 이뤄 하나의 문장을 완성한다. "You(너)가 있기에, We(우리)가 된다."

'You'는 어쿠스틱 포크를 바탕으로 한다. 장르의 표찰보다 태도를 선언한다. 포크의 뼈대 위에 시네마틱한 감정선을 덧대되, 감정 과잉이나 기교 과시는 배제했다. 서정적 현과 패드를 얇게 겹치고, 후렴 "No matter how, no matter what, you made it past, you gave your all" (어떻게 되었든 무슨 일이 있든, 당신은 이겨냈고 최선을 다했어요)에서 보컬을 전면으로 밀어 올리되 잔향은 짧게 절제했다.

근사 마이킹 기법으로 호흡 소리까지 배음처럼 담아냈다. 저역은 단단하게 묶고 하이 미드는 보컬의 공명을 살려 발음이 아니라 감정의 질감을 전면에 배치했다.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더 오래 남는 노래. 기교의 쇼케이스가 아니라 공감의 증거가 되는 노래다.

후렴구는 승리의 언어가 아니라 버틴 사람의 가사다. 전쟁과 분쟁 속에서도 굳건히 나아가는 이들뿐 아니라,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견뎌내는 모든 사람을 위한 메시지다. 칭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봄'을, 격려가 아니라 동행을 택한 이 곡은, 듣는 이들에게 "당신이 지나온 길을, 우리는 안다"고 어깨를 다독인다.

알렉스는 "감정의 편집이 오히려 다큐멘터리적이라고 할까요. 사실을 미화하지 않고, 견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Life Is So Good'은 'You'가 부여한 '삶'에 대한 무게를 덜어내고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소중함을 노래한다. 좀 더 개방적이고 에너지 가득한 얼터너티브 록으로 리듬의 미세한 스윙을 허락한다. 메시지는 동일하되 시선이 '너'에서 '우리'로 이동한다.

이언은 "누군가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낼 때, 잠시 기대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곡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알렉스는 "음악은 전쟁을 반드시 이깁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만드는 노래가 누군가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선다. 플랫폼이 문을 열고 원격으로 시작된 인연이 3년 만에 직접 대면의 호흡으로 완성됐다. 이미 업계에서는 대형 프로듀서 없이, 잘 짜인 공식 없이 이 곡을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대형 프로듀서와 훈련된 가수가 만나 너무 잘 짜인 음악, 마케팅이 결합한 '안전한 공식'에 대한 조용한 이탈이다.

이언은 "요즘 많은 음악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오히려 안전해진 것 같아요. 잘될 만한 사람들과 성공 마케팅이 결합한 잘될 수밖에 없는 '안전한 공식'이랄까요. 우리는 그런 공식에서 조용히 이탈하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이언은 현장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숨을 보전하고 싶어 뮤직비디오에도 도전했다. AI 영상 제작 툴 데이븐AI를 활용해 시간의 흐름, 장면의 전이와 위로가 남는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10월 2일 발매된 'You'와 11월 7일 발매된 'Life Is So Good'은 멜론, 지니, 바이브,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등 국내외 주요 음악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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