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역지사지 잃어버린 사회는 극단적인 폭력과 범죄 증가
- "만약 네가 친구 입장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를 묻자
- 봉사활동·국제교류 통해 타인 입장 이해 계기 마련돼야

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역지사지다. 역지사지는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헤아려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고대 중국의 사상가 맹자의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 맹자는 군주가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처지를 내 몸처럼 여긴다면 백성이 임금을 부모처럼 섬길 것이라 강조하였다. 여기서 출발한 역지사지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근본 원리로 자리 잡았다.

역지사지는 고전뿐 아니라 현대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가수 김건모의 노래 <핑계>에도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연인 관계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이처럼 역지사지는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인간관계의 핵심 원리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역지사지를 실천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는 다양하다. 우선 가정 내에서는 부부나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진다.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주장하다 보니 작은 문제도 큰 다툼으로 번진다. 학교에서는 친구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언행으로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생기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상사의 권위주의적 태도나 동료 간의 경쟁 심리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져 불화가 잦다.

사회 전반에서도 역지사지를 무시한 태도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정치 영역에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면 갈등이 격화되고 타협이 어려워진다. 교통 관련 시비나 층간 소음 같은 일상적 갈등도 상대방의 처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음에도 역지사지를 잃어버린 사회에서는 오히려 극단적인 폭력이나 범죄로 확대된다. 이러한 모습은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무엇보다 역지사지 교육이 필요하다. 역지사지는 단순히 도덕적 훈계로만 전해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체험과 실천을 통해 몸에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첫째,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와 대화할 때 “만약 네가 친구 입장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해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먼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역지사지를 생활 속에서 배우게 된다.

둘째, 학교 교육에서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토론 수업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번갈아 맡아 발표해 보는 활동이나 역할극·협동 학습 등을 활용하면 학생들은 상대방의 시각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교과 내용 속에서도 역사적 인물이나 문학 작품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묻는 과정을 더해주면 교육 효과가 크다.

셋째, 사회 전체의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상대방의 처지를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봉사활동·공동체 활동·국제 교류 등은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 주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역지사지는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을 풀어낼 열쇠다. 개인의 행복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역지사지를 가르치는 일을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이 커질 때 비로소 우리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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