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소통에 오해가 생기고 중요한 정보 놓치는 일 빈번
- 학교에서는 독서와 글쓰기 중심의 수업 강화 필요
- 가정에서는 표현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요즘 학교 현장이나 사회 전반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바로 ‘문해력 부족’이다. 학생은 물론 성인조차도 일상생활에서 문장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소통에 오해가 생기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라 ‘글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문해력이다. 이러한 문해력은 개인의 학습 능력은 물론 사회적 의사소통·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의 문해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확산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편화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깊이 있는 텍스트보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졌다. 특히, 영상 위주의 정보 소비가 늘어나면서 긴 글을 집중해서 읽는 습관이 사라지고 있다.
둘째, 독서 시간이 감소하고, 독서를 해도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학교 교육이 여전히 정답 중심의 평가 체제에 머물러 있어 학생들이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충분히 갖기 어렵다.
넷째, 가정 내 언어 환경도 풍부하지 않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이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해력의 중요성을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체계적인 개선책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먼저, 학교에서는 독서와 글쓰기 중심의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고 요약하거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활동은 문해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다. 교과 수업에서도 교과서에 있는 지문을 단순히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토론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운영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책 읽는 문화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야기 나누며 사고를 확장해 주는 활동은 문해력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일상 대화를 풍부하게 하고, 자녀가 표현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같이 책을 읽고 소감을 발표한다든가, 밥상머리 교육으로 식사 자리에서 오늘 하루의 생활을 발표하게 한다든가,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3분 발표 형태로 발표해 보게 한다든가, 가족 종교를 바탕으로 통성으로 대표 기도를 하게 한다든가 하는 모든 것들이 가정에서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도 ‘쉬운 말 쓰기’ 운동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나 언론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성인을 위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해력은 더욱 중요하다.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걸러내고, 바르게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는 힘은 곧 문해력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때 소통이 원활해지고, 개인의 삶은 물론 공동체 전체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글을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읽고, 바르게 이해하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문해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문해력을 기르는 일,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