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본래의 선비는 학문과 덕을 함께 갖춘 도덕적 지도자
- 정몽주·조광조·이황·이이·정약용은 선비 중에 선비
- 양심과 정직·책임과 배려의 인재육성은 미래위한 투자

오늘 한국 사회는 풍요와 편리 속에서도 가치의 혼란을 겪고 있다. 입시 경쟁은 치열하지만, 정직과 배려의 가치는 희미해지고, 부와 권력을 좇는 풍조가 아이들 마음마저 물들인다. 그 결과 ‘성공했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어른’ / ‘똑똑하지만 바르지 못한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떠올려야 할 말이 있다. ‘선비’다.
선비하면 흔히 고리타분하거나 위선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본래의 선비는 학문과 덕을 함께 갖춘 도덕적 지도자였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관직에서 백성을 다스리거나 은거하여 학문과 교육에 힘썼다. 그들의 삶은 공통적으로 도덕적 완성과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했다.
물론 선비가 항상 존경만 받은 것은 아니다. 당쟁에 몰두하고, 입으로는 청렴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권세와 재물을 탐한 일부 선비들은 백성의 신뢰를 잃었다. 19세기 서구 문물이 밀려올 때 이를 배척하며 시대 변화에 무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오늘날 ‘선비답다’는 말이 때로는 조롱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선비가 역사에 남긴 긍정적 유산은 여전히 빛난다. 고려 말 정몽주는 끝까지 충절을 지켜 백성의 본보기가 되었고, 조광조는 개혁정신으로 부패한 특권을 무너뜨리려 했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학문적 성취와 더불어 인재 양성·국방 강화 등 현실 문제 해결에도 힘썼다. 다산 정약용은 실학을 통해 백성의 삶을 개선하려 한 실천적 선비였다. 이들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사회를 이끄는 도덕적 지도자였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배우고 가르쳐야 할 선비 정신은 분명하다. 첫째, 양심과 정직이다. 남이 보지 않을 때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자세 바로 ‘신독(愼獨)’이 오늘의 청렴 사회를 떠받칠 기둥이다. 둘째, 평생 학습이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는 필수다. 셋째, 사회적 책임이다. 선비는 개인의 성공보다 공동체의 정의를 앞세웠다. 지도자가 될 아이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다. 넷째, 절제와 청렴이다. 물질적 욕망이 넘쳐나는 지금, 절제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능력 있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있지 않다. 양심과 정직·책임과 배려를 겸비한 인물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투자다. 선비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더 정의롭고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우리 자녀가 선비다운 정신을 품고 자란다면, 개인은 더 깊어지고 사회는 더 밝아질 것이다. “우리 자녀를 선비로 키우자”는 말은 오늘 교육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지혜다.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