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신독은 혼자 있을 때도 삼가고 자신을 속이지 않는 태도
- 눈앞 이익보다 양심을 중시하고, 편리함보다 원칙 지켜야
- 양심 지킨 사람 칭찬하고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필요

사람은 남이 볼 때와 보지 않을 때 행동이 달라지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도덕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드러난다. 『중용』은 “군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대학』 역시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를 삼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신독(愼獨)의 가르침이다.
신독은 ‘삼가다’라는 뜻의 신(愼)과 ‘홀로 있다’는 뜻의 독(獨)이 합쳐진 말이다. 남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도 바르게 행동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태도다. 눈앞의 이익보다 양심을 중시하고, 편리함보다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다.
현대 사회에서도 신독은 절실하다. 쓰레기를 버릴 때 신호등 앞에 멈출 때, 작은 약속을 지킬 때 우리는 양심과 마주한다. 남이 보지 않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사회를 무너뜨린다. 거짓말·편법·부정이 그 틈에서 자라난다. 신독이 무너지면 공동체의 신뢰도 함께 사라진다.
오래전 예능 프로그램도 이를 보여준 적이 있다. 방송인 이경규가 진행했던 ‘양심냉장고’가 바로 그것이다. 제작진은 시민들의 행동을 몰래 지켜보다가 아무도 없을 때도 교통신호를 지키고 양심적인 행동을 한 사람에게 냉장고를 선물했다. 횡단보도에 차가 없더라도 빨간불이면 기다리는 시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시민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시청자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남의 눈이 없는 자리에서 드러난 ‘참된 양심’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편리함과 이익을 좇는 풍조에 휩쓸리고 있다. 그러나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롯된다. 작은 규칙을 지키고, 양심을 따르는 일상의 습관이 모여 큰 신뢰를 만든다. 신독은 바로 그 기반이다.
그렇다면 신독은 어떻게 길러질까? 첫째, 가정에서의 본보기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약속을 지키고 법규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다. 횡단보도 신호를 지키는 부모를 본 아이는 자연스레 신독을 배운다. 둘째, 학교 교육의 강화다. 교과서 속 도덕 이론만이 아니라 생활 속 실천을 강조해야 한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작은 거짓말도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격려와 보상이다. 양심을 지킨 사람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양심냉장고 같은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신독은 거창한 도덕 명제가 아니다. 쓰레기를 줍는 손길·신호등 앞에서의 기다림·혼자 있을 때의 작은 성실함이 바로 신독이다. 남이 보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힘, 그것이 개인의 품격을 세우고 사회의 신뢰를 지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의 강제만이 아니다. 양심을 따라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다. 그것이 바로 신독이다. 이제 가정과 학교·사회가 함께 나서 신독을 가르치고 길러야 한다. 남이 보지 않아도 바른 길을 걷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