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학교 체육활동에 실질적 가치를 부여하자!
- 미국대학들 지원서를 검토할 때 성취도와 함께 체육활동처럼 '교실 밖 경험' 중시
- "뛰어보려는 의지와 과정을 어떻게 기록했고, 타인과 협력했는가?"를 중시해야
- AI 시대일수록 인간 고유의 신체 능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심리 더욱 필요

미국 하버드대학교(Harvard College)와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의 ‘홀리스틱(holistic) 전형’은 학생을 단순히 성적과 시험점수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이들 대학은 지원서를 검토할 때 학업 성취도와 더불어 리더십 / 봉사 / 예술·과학 프로젝트, 그리고 체육활동처럼 ‘교실 밖 경험’을 중시한다고 한다. 하버드 입학처는 “어떤 학생은 연구 업적 또 다른 학생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공동체에 기여한 사실로 두각을 드러낸다”고 명시하며, “특히, 상당수 합격생이 ‘폭넓은 활약’을 보여 준다”고 강조한다. 프린스턴 역시 “지원자를 정량 지표에 고정된 가중치 없이 개별 잠재력과 공동체 기여 가능성으로 평가한다”고 밝힌다
이 두 대학교의 입시정책에서는 공통적인 것은 ‘체육활동’이 그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는 42개 교내 팀을 운영하며 재학생의 80 % 가까이가 어떤 형태로든 스포츠에 참여한다. 프린스턴 역시 38개 종목을 갖추고 “공부와 운동 두 영역에서 모두 탁월성을 추구하는 학생을 환영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한다. 실제로 축구·수영·크로스컨트리 등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은 학생이 학업 성적이 비슷한 지원자보다 우선 검토되는 경우가 많다. 체육활동은 개인 건강 증진을 넘어 협동심·리더십·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입증하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들이 한국 대학입시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 지침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비교과 활동을 본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기간 이상 지속한 스포츠·예술 활동을 서류에 필수 기재하고, 지도교사의 확인을 받아 활동의 진정성과 성장 과정을 증빙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학교 체육의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한다. 정규 수업 시간에 팀 스포츠를 의무 편성해 학생이 ‘체험→기록→성찰’의 선순환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신규학교 설립시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이나 실내체육관 확보는 필수요소이다.
셋째, 과정 중심 평가가 설계되어야 한다. 대학은 특정 종목 실적보다 과정·리더십·사회적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서류와 면접을 설계하고, 고교 체육교사와 대학교수를 공동 평가위원으로 참여시켜 ‘종목별 사교육’ 개입 여지를 줄여야 한다.
넷째, 체육활동 데이터를 공개하여야 한다. 대입 정보 포털에서 ‘최근 합격생 평균 스포츠 참여 기간’ ‘주당 훈련 시간’ 등 정량·정성 지표를 제공해 수험생과 학교가 준비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섯째, 정책 모니터링과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당국은 대학의 평가 결과를 점검해 고교 활동이 ‘스펙 경쟁’이 아닌 건강한 도전 문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AI 시대 일수록 인간 고유의 신체 능력·협업 능력·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심리는 더욱 중요해진다. 하버드와 프린스턴의 운동장에는 ‘팀을 위해 땀 흘리는 경험’이 학문의 깊이와 나란히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우리 학교 현장도 “얼마나 멀리 뛰었는가?”보다 “뛰어보려는 의지와 과정을 어떻게 기록했고, 타인과 협력했는가?”를 묻는 쪽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결국 입시는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제 우리는 그 거울 속 청사진을 바꿀 시점에 서 있다. 중·고교 체육활동에 실질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한국 대학입시 혁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