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나누는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밥상머리’는 단순한 식사의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삶의 가치와 태도를 배우는 인성교육의 출발점이자 삶의 학교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나누는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예절·공감·존중·경청·나눔·감사 등의 덕목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교육을 말한다. 아이는 밥상에서 부모의 언어와 태도를 관찰하고 따라 하며, 가족 간의 사랑과 소통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이러한 밥상머리의 경험은 아이의 정체성과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밥상머리는 어떤가? 바쁜 스케줄·입시와 학원·부모의 야근과 회식 그리고 스마트폰과 TV에 뺏긴 저녁 시간은 가족 식탁을 무너뜨리고 있다. 가족이 각자의 방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내며, ‘함께 먹는 시간’은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현실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공백을 만들고, 대화 능력과 공감력의 결핍을 불러오며, 가정 내 신뢰 관계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다시 밥상머리 교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정이야말로 인성교육의 첫 출발지이며, 아이에게 있어 가장 오래 머무는 배움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도 가정에서의 기반 없이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가르치는 인성’이 아닌 ‘보여주는 인성’이 진짜 교육이며, 그것이 바로 밥상머리에서 실현될 수 있다.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루 한 끼라도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만든다. 정해진 식사 시간은 가족 간의 일정을 공유하고, 생활에 리듬을 만든다. 하루 한 끼가 도저히 어렵다면 일주일에 몇 차례 만이라도 식사를 함께하는 시간을 정하여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과 TV를 멀리한다. 집중은 곧 존중이며 집중할 때 온전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식사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이나 TV는 물론 신문·잡지를 멀리하고, 부모들만의 대화도 자제해야 한다. 가족들 각자가 다른 가족들 모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서로의 하루를 묻고 경청하는 습관을 들인다. 아이들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거나, “대단한걸” / “그랬어” / “와우”와 같은 맞장구를 쳐주는 이른바 적극적인 경청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말에 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넷째, 감사 인사를 함께 나눈다. 부모부터 반찬 투정이나 불만을 자제하고 음식 준비에 수고한 이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 먹겠습니다” / “맛있어요” / “고마워요”와 같은 말은 식탁을 따뜻하게 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길러준다.

다섯째, 식사 준비와 정리를 함께 한다. 협동과 책임감·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기를 수 있다. 가정은 밥만 먹은 식당과는 다르다. 심지어 요즘에는 일반 식당에서도 자신이 먹은 식판을 가져다 퇴식구로 옮겨 놓게 되어 있는 식당이 많아졌는데, 하물며 자기 집에서 식사준비나 식탁정리를 함께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돈이 들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인성교육이며,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다. 밥상은 단순히 밥을 먹는 자리가 아니다. 사랑을 나누고, 삶의 가치를 배우며, 인간됨을 익히는 자리이다. 가정의 밥상에서 다시 교육의 희망을 찾자.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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