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5월 15일부터 4일간 옥천의 38회 지용문학제가 열리고 있다. 때마침 특색 있는 옛시가 생각나 옮겨 본다.
아래의 약 500년 전의 詩는 '십자시' 또는 글자로 쌓은 탑이라해서 '층시' 또는 '보탑시'라고도 한단다.
그 궁핍한 살림에도 뭉그러진 붓으로 글을 놓지 않았셨다는 정신이 고매하시다.
그 옛날에도 이런 유형의 詩가 있었다니!>
괜스레
서성대니
대 동산과
솔 집이구나.
구름은 캄캄하고
물은 콸콸 흐르네.
명아주 지팡이와 신발
검은 띠와 도의 치마로다.
고요한 책상엔 천 권의 책이요
한가한 뜰엔 한 쌍의 학이로구나.
새소리 점점 봄이 늦음을 깨닫게 하고
나비춤은 때로 이슬의 향기 전하는 도다.
아름다운 술 두어 잔에 하늘 빛 저물려하고
작은 노래 한 곡조에 바람과 빛이 서늘하도다.
어지러운 세상일 안개 따라 속절없이 흩어지고
일렁이는 그윽한 정 물과 구름으로 더불어 길어지네.
아깝다, 저 덧없는 인생이 꿈속의 길고 짧음을 다툼이|
어찌 송죽헌 속에서 날마다 금 술잔에 취함만 같으리오.
('증조고시고' 수록 '십자시', 문희순 번역)
김호연재(1681년-1722년)는 신사임당, 허난설헌과 조선 중기의 유명한 3대 여류 시인이다. 김호연재의 증손부 청송심씨(송계래와 결혼)는 시증조모 김호연재(송요화와 결혼)의 시에 매료되어 한시 103수를 운율미 있게 한글 번역을 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그 중의 한 시가 위의 것이다. ( 대전일보/문희순의 충청女지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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