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나경원 전 의원은 꼼수를 쓰지 않는 인간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떠받들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으며, 그 대상들이 원하는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해하기 쉽게 성경 말씀 인용해 보자.

다윗 임금도 꼼수를 쓰지 않는 왕이었다.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하는 사울왕을 꼼수를 써서 죽이려 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기름부어 세운 왕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사울 왕을 죽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왕으로 삼으신 자를 자기 손으로 해할 수 없어서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다윗의 이러한 태도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인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서 행하신다는 믿음이 확실한 신념으로 자신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울을 죽였다고 찾아온 청년을 죽여버린 것이다. (사무엘 하 1장)

이것이 다윗의 신앙이고 인간미였던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대국민 인간미도 살펴보자.

그는 낙오된 분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하였다.

낙오된 분들 가운데는 정치인들도 있고, 각종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며, 장애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이 말하는 낙오된 자들이란 사회적 약자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지난 과거 순천향대학교 대학원에서 명예사회복지학박사 학위 수여를 받았다.

학위 수여식이 끝나자 그는 SNS에 고맙다는 답사를 올렸다.

보자 그 간절한 답사 내용을.

 

『 前略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왜 하냐고 물으면 늘 대답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낙오된 분들과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였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의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장애와 장애물을 걷어 드리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고 그것이 복지국가로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포퓰리즘성 나눠주기 예산을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보수의 가치야말로 이 사회의 약자에게 더 큰 당당한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갈 수록 우리 사회의 약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전통적 분류의 약자는 물론 급변하는 국제, 사회환경은 어쩌면 우리 모두를 잠재적 약자, 또는 일시적 약자, 상황적 약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엊그제 맥도날드 키오스크 매장에서 결국 주문을 못하고 눈물지으며 발길을 돌렸다는 어르신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잘 할 수 있을까를 다시금 생각했고, 이런 현실에서 정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러한 소중한 소명을 불러일으켜 준 사람은 역시 우리 딸입니다.

우리 딸을 낳고, 기르면서 제게 다가온 현실들은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가기에는 제도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아이의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측의 입장을 보면서 제도의 개선을, 아이를 차별과 동정의 시선으로 두 번씩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인식의 개선을 꿈꾸었습니다.

中略

우리 사회는 이제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정은혜 작가가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것도 그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길에 함께 동참해주시리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정책은 비장애인이 그들에게 베풀어주는 시혜가 아닙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약자들 역시 우리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헌법상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최소한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 그것이 약자들을 위한 정책입니다. 결국 그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음에 우리는 우리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우리가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할 때 우리는 우리의 시각이 아닌 그들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딸 유나가 초등학교 때 늘 불평하던 것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아이들이 자꾸 운동화를 신겨줘’ 그때는 교실에서 실내화를 신던 시절입니다. 하교시 운동화를 갈아신는데 선생님께서 딸아이를 도와주라고 하셨다고 유나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운동화 갈아 신는 것을 친구들이 도와주려 한다는 것이지요.

셋째, 이제 그들을 한 번만 봅시다. 장애인을 만나면 두 번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드물기 때문이죠. 때로는 동정으로, 때로는 차별적 시선으로 봅니다. 얼굴이 둥근 사람도, 갸름한 사람도, 키가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모두 우리 구성원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장애인을 한 번만 봅시다.

저는 늘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내게 밥 먹는 일과 똑 같다고. 이제 밥 먹는 일상을 더 잘 챙기리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학위의 무게를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갑니다.

함께 하면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던 나경원이란 사람이 24일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을 발족하며 정계 복귀에 신호탄을 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 단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 전 의원이 위기론을 잠재울지 관심이 크다. 그래서 필자도 망구(望九)를 바라보는 노구를 이끌고 국회의사당으로 달려 갔던 것이다.

나경원은 포럼 기념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현장 목소리에 집중했는데 대한민국 내일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해서 전문가와 인구와 기후, 내일이라는 포럼을 준비하게 됐다”며 “인구와 기후, 두 복합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초일류 국가로 갈지 말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세종일보 김명숙 기자의 기사에 의하면

“(사)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나경원 이사장은 8. 24(목)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창립 포럼 출범식을 거행했다. 이번 출범식 행사장에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당 4역과, 권영세 의원 등 현역의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행사장에는 전당대회 당시 '김나연대'를 자처했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해 측면 사격에 나섰다.”라고 보도하였다.

그만큼 대인관계에서도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결론을 맺자.

그리스의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 는 말이 있다. 나경원은 노인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경력으로 보면 어른 중에 어른이고, 어느 정치인처럼 뒤에서 남을 헐뜯거나 국민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삼보일배[三步一拜]하는 꼼수도 부리지 않는 인간이다. 도서관에 진열된 책들보다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인간이다. 그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라. 얼마나 희망적인 웃음인가.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그로인하여 밝은 모습으로 변하길 기대해 본다.

 

*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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