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줄 알았고, 100-1=99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고, 100-1=99라고 하는 사람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00 –1= 0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계산은 중국의 기업인인 왕중추가 쓴 '디 테일의 힘'에 나오는 계산식인 것이다. 그는 '100-1=99가 아닌 100-1=0'이라는 부등식으로 공들여 쌓은 탑도 벽돌 한 장이 부족해서 무너지고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 문재인 한 사람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금 윤석열 정부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모르고 강제로 끊으려 하고 혹은 피하려 한다.

그런데 지금 필자가 말하려는 가장 무서운 사람인 이 사람.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 재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지금부터 1년 전 그를 알게 되었다. 모임에서 회의를 할 때 회의록을 적어 내려가는 것에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고 카톡 문자도 교환하게 되었다. 그렇게 전달 내용이 정확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글이든지 한 편 써서 보내 달라고 하였다. 그때 써 보낸 것이 중부권 최고 일간지 지면에 게재된 ‘인간관계의 소중함’이란 수필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그 언론에 고정 필진으로 초대되어 활동하고 있다.

3개월 전에는 세종시의 대표적 언론인 ‘미래 세종일보’ 기자로 추천하여 기자로 활동하게 했다. 그랬더니 예서제서 기사 써달라고 주문이 폭주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가 왜 무서운 사람인가?

오늘 대전역 광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매주 일요일 12시면 대중가요인 ‘대전역 광장’으로 이름난 고대령 가수가 와서 버스킹을 한다. 오늘은 임보라 가수를 비롯해 세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성아와 한자령 가수,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다은, 박순옥, 이순복 가수가 와서 대전역 서광장을 오고가는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필자가 무섭다고 하는 김명숙 기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고대령 가수가 권하자 마이크를 잡더니 한 곡 뽑기를 시작했다. 유지나가 부른 ‘모란(母어미모, 糷밥 지을 란)’이라는 노래였다.

『엄마를 닮았구나 거울 속 나의 모습이
엄마를 닮았구나 눈 가에 내린 주름도
모든 걸 닮았구나 세상을 사는 모습도
눈물도 웃음도 입맛까지도

엄마가 그랬었지 나처럼 살지 말아라
엄마가 그랬었지 남 하는 것 다 해봐라
여자라 참지마라 어떠한 순간에도
언제나 엄마는 너의 편이라고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부를수록 먹먹한 그 이름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제발 아프지 마세요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기처럼 점점 작아지는 울 엄마
다음 세상엔 그때는 엄마가
나의 딸로 태어나주세요

엄마를 닮았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엄마를 닮았구나 아파도 참는 모습이
별걸 다 닮았구나 용서에 넉넉해지고
예쁜 것 앞에선 미소를 짓고

엄마가 그랬었지 내 나이 되면 안다고
엄마가 그랬었지 철들면 이별이라고.』

 

가수 고대령(왼쪽)이 18일 대전역에서 버스킹 공연을 연 가운데, 김명숙 기자(오른쪽)가 가요 '모란'을 부르고 있다. / 필자 제공
가수 고대령(왼쪽)이 18일 대전역에서 버스킹 공연을 연 가운데, 김명숙 기자(오른쪽)가 가요 '모란'을 부르고 있다. / 필자 제공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흘렀다. 나는 열 살 때 엄마를 잃어, 엄마의 얼굴도 어렴풋하기 때문이고, 엄마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달려나가 끌어안고 싶었다. 내 여동생 누군가가 하소연 하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셋이나 되는 내 동생들도 저런 하소연을 하며 평생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 부를수록 먹먹한 그 이름 엄마”

한없이 울고 싶었다. 아니 흐느껴 울었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를 한없이 슬프게 하는 이 사람 김명숙.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그는 앞서 말한 재능에 나를 울리게 하는 재능까지 갖고 있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키되 때론 엄마처럼 꾸중도 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 그러지(농담) 말라고.

결론을 맺자.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은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숙이처럼 현명한 사람은 소매 끝만 스친 인연도 그것을 살릴 줄 안다. 그는 100-1= 99가 아니라 0인 줄도 알며, 4×7=27이라고 하는 사람과는 다투지 않아야 된다는 것도 안다. 무식한 사람과 싸우면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정치인으로부터 가수, 연예인, 성악가, 미술가, 서예가 등 아들딸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은 의심 없이 나를 따르고 곁에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때론 엄마와 누이도 되어 준다.

오늘 새롭게 발견된 숙이의 재능. 가요축제에서 가끔 무대에 세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해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좌절을 거듭하다가 37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피카소는 살아생전에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대접받으며 부유와 풍요 속에서 90세가 넘도록 장수했다. 왜 그랬을까? 고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맥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피카소는 인맥을 소중히 여겨 행복한 삶을 누렸던 것이다.

알겠느냐? 숙이를 비롯한 내 아들딸들아. 우리 함께 손잡고 역경을 이겨 행복한 삶을 살자꾸나. 인연은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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