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저에게는 아침마다 좋은 글을 보내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직장에 출근하는 아우뻘 되는 친구입니다. 홀로 사는 저를 위해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오늘도 이른 새벽에 좋은 글을 보내 왔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평생 동안 3가지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합니다.

1. 그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2. 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3. 그대에게 가장 값진 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해 톨스토이는 정답까지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그대와 함께있는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그대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일입니다.

가장 값진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톨스토이가 여행 중 한 주막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주막집에는 몸이 아픈 딸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톨스토이가 가지고 있던 빨간 가방이 좋아 보였는지 그 가방을 달라고 졸라댔습니다.

톨스토이는 그 빨간 가방에는 짐이 있고 지금은 여행 중이라 줄 수 없으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러서 주겠다고 아이에게 약속했습니다.

얼마 후 여행을 마치고 약속대로 그 아이에게 가방을 주려고 주막집에 들렀을 때, 톨스토이는 그가 떠난뒤 그 아이가 곧바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톨스토이는 그 아이의 무덤을 찾아가 비석에 한 글귀를 새겼습니다.

"사랑을 미루지 마라"

"인간이 알몸으로 태어나는 이유는 이 세상에 충만한 사랑으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고, 알몸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이세상에서 체험하고 쌓은 사랑을 모두 이 세상에 그대로 놓아두고 가기때문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내일은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을는지 모릅니다. 시간은 나의 게으름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사랑할 때입니다.

어제(9월5일)는 말입니다. 천만 뜻밖에도 저에게 따뜻한 사랑을 알게 해준 분을 갈마아파트 3단지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분은 가슴이 따뜻한 분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온갖 사랑을 베풀어 주신 분입니다. 차 한잔 나누자고 했더니 바쁜 일 있어 다음에 하자고 하시더군요. 소중한 '오늘'을 뒤로 미룬 것입니다. 

그 만남이 다시 이루어지게 되는 날이 언제일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墜茵落溷(추인낙혼)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꽃잎이 날려 이불(茵席)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뜻으로 사람에게는 때를 만남과 때를 만나지 못함이 있습니다. 소나무가  대목수를 만나면 고급 주택의 목재가 되지만 작은 목수를 만나면 고작 오두막이나 축사를 짓는데 쓰이게 됩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남이 시작되지요. 산다는 것이 곧 만남이고 새로운 만남은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주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모든 만남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제 아내 오성자는 저를 만남으로 해서 마지막 생을 마감할 때 제 품에서 떠나갔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운명하실 것 같다해서 제가 품에 안고 있었더니 눈을 한번 떠보더군요. 그러더니 편안한 모습으로 운명을 하였습니다. 아내를 제 품에서 떠나보내는 행복을 아시나요? 저는 차가워지는 제 아내를 끌어안고 찬송을 불러주었습니다.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라고. 

그리고 싸늘해진 제 아내의 얼굴에 사랑으로 데워진 제 눈물을 마구 쏟아 부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그 순간이 평생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내가 없기 때문이지요. 

 

필자와 아내 오성자.
필자와 아내 오성자.

속담에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영성이 깊어지고 삶이 윤택해지는 만남이 있고, 그런가 하면 만날수록 사람의 본성을 점점 더 황폐하게 하고 오염시키는 사람도 있으며, 꽃송이처럼 화려할 때만 좋아하고 권력과 힘이 있을 때만 환호하고 시들면 내버리고 힘이 적어지면 등을 돌리는 약삭 빠른 만남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온 정성을 다해 사랑해야 할 은인들이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 이 은인들을 위해 살다가렵니다. 그러니 저와 잡은 손 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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