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박사(정치학) /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청렴윤리연구원장

김덕만 박사
김덕만 박사

공직자들의 도덕 교과서법으로도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10 여 년 간에 걸쳐 정부 입법안으로 제정시도를 했으나 지지부진하다가 마침내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요. 법의 핵심은 공직자는 직무관련자로부터 청탁을 받아서는 아니되고 단돈 1원의 뇌물성 금품(금전 및 물품 등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이라도 받으면 처벌한다는 것이지요. 이 법 시행 5년이 지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자화자찬이긴 하지만 이법 시행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과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청탁금지법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해 봤습니다.

□ 청탁금지법의 효과

국민 2천 여 명 대상으로 진행해 나온 결과를 보면 공직자 중 92.9%, 일반국민의 87.5%가 청탁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법이 시행된 2016년 당시 조사에 비해 각각 7.4%, 2.2% 포인트가 증가한 것입니다. 청탁금지법 시행이 우리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공직자의 93.5%, 일반국민의 87.1%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설문 중 “그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부탁, 접대, 선물 등을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하게 되었다”에 대한 대답은 공직자의 85.7%, 일반국민의 81.3%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공직자는 2016년에 비해 16.7% 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한편,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수 가능한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범위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의 과반 이상이 “적정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금전과 유가증권 등을 제외한 물품으로 정의되는 선물의 경우 공직자 71.6%, 일반국민 62.0%, 영향업종 54.0% 순으로 적정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청탁금지법 제정 당위성과 준수를 알리는 홍보성 캠페인 기고를 수천 건 해 본 소인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보람도 좀 있습니다.

□ 보완과제

그건 그렇고요. 시행 5년 동안 개정된 법령 조항과 앞으로 보완될 부분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선물 한도가 5만원까지인데 농수산물의 경우에는 10만원까지로 상향했고요. 농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20만원까지 상향조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20만원이라는 화폐가치가 뇌물성격이 더 강하다는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직급에 따라 차등지급되던 외부강의 사례금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는데 장관이든 말석 공무원이든 시간당 40만원으로 개정했고요. 아무리 청탁금지법이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부정청탁이라는게 교묘하고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고, 전자금융거래 이모티콘 등 첨단거래 체계의 발달로 고도화되고 있어 시대흐름에 맞게 부정청탁의 범위를 보완해야 할 사례가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턴실습제 부정청탁을 비롯해 장학생선발 논문심사 학위수여 교도소직무 등에도 이른바 끗발을 이용한 위조문서와 부정청탁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도 부정청탁을 못하도록 법령 개정이 진행 중입니다. 신고자에 대한 보호보상제도도 국회에서 심의 중입니다. 신변노출을 꺼려해 불의와 비리를 보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변호사를 통한 대리신고인제도를 비롯해 신고자가 신고과정에 부상을 당할 경우 치료비와 이사비 등을 국가가 지급토록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 일상고발의 생활화

비리신고(국번없이 1398)를 하고 싶지만 신분노출을 꺼리는 분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위촉한 1백 여 명의 대리변호인단에 의뢰하면 됩니다. 국선변호인제도처럼 전문인력 및 비용을 국가가 대 주는 것입니다. 국내외 누구든지 부정청탁 등 비리 신고시 신분노출을 걱정하지 않고도 대리변호사를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대리변호사는 비리신고업무를 대행하고 국가로부터 수임료를 받게 됩니다. ‘공익제보자’ ‘휘슬블로어‘ 등으로도 불리는 부정부패신고자(공익신고자)는 조직의 왕따·밀고자·배신자가 아닌 청렴한 세상을 건설하는 공익수호자입니다.

 

김덕만 박사
김덕만 박사

 김덕만 박사(정치학)
- 홍천 출생
- 청렴교육 전문강사
-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청렴윤리연구원장·한국교통대교수·헤럴드경제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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