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어제가 24절기의 11번째 소서小暑였는데 여름휴가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여가문화의 트렌드가 변해 이제 사철 가리지 않고 일정을 잡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장인들은 여름이 제철일 성싶습니다. 작거나 큰 더위에 초와 중, 말 그 복伏이 몰린 염천을 한시라도 벗어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찜통과 가마솥, 한증막 더위를 피하는 것인데 피서避暑가 바로 그런 뜻이지요.올해는 윤월이 들어 음력 6월이 1달(7.25-8.22.) 더 반복됩니다. 예로부터 윤달에는 결혼과 집수리나 이사, 수의 장만과 이장移葬 등 중대사를 날 받지
오는 6월 28일은 ‘철도의 날’입니다. 1905년 1월 1일에 개통된 441.7km의 경부철도- 그 어중간(충북 영동군 영동읍 가리 588번지)에서 출생한 저로서는 국가기념일 이상으로 각별합니다. 백두대간의 227m 추풍령역을 오르내리는 기차의 굉음은 자장가이자 기상나팔이었으니 말입니다. 조부께서「천자문」을 가르치시는 엄한 시간에도 칙칙폭폭 소리가 나면 들창으로 한참 내다보았습니다. 장맛비와 폭설, 어둠을 헤치며 달리는 객차와 화차들...역장이셨던 백부님 덕에 무임승차권 소위 ‘가족 패스권’이 발급되었습니다. 해서 방학이면 명함보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충분히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김 구(1876-1949)『백범일지白凡逸志』「나의 소원」3.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김구선생은『백범일지』출간사(
오는 5월 31일은 대한민국 ‘바다의 날’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공물로 여겨졌던 해양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영해와 접속수역, 공해 등 새로운 관할수역 개념이 도출되었다. 이에 UN은 연안국의 주권과 공해의 자유라는 대립적 가치의 조정에 나서 외교 다자회의를 거쳐 1994년 11월 총 17부 320조에 달하는 ‘국제해양법협약’을 발효시켰다.미국은 그해부터 5월 22일을, 일본은 이듬해 7월 20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야 통일신라 장보고(張保皐: ?~846년)가 청해진을 설치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영원한 스승은 ‘사람과 자연’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됩니다. 인간은 분명 사람과 자연에게서만 배우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웃음꽃 그 밭에서 첫울음 터뜨린 날부터 역시 그 피붙이들의 울음바다로 떠나는 순간까지의 일생- 사람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내는 동안 때때로 하늘과 땅이 빚은 자연을 찾아 나서면서 한평생을 마치게 됩니다.한자 ‘스승 사師’의 갑골문은 ‘언덕 부阜’와 ‘두를 잡帀’이 결합한 모습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언덕을 빙 둘러싼 광경”인데 고대에는 약 2
김래호 작가 글자그림 이야기 '부처님 오신 날 봉축'
4월 20일- 오는 일요일이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2025년 전 예수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 그날인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교회력으로 핵심 교리의 부활절 40일 전부터 사순절로 기리고 있습니다. 이제 1주 앞둔 고난주간인데 돌아가신 성금요일과 이스터의 축일이 바투 다가왔습니다.말없이 창까지 걸어가 묵묵히 서다 / 이마를 식히는 유리쪽은 차다 / 무료히 씹히는 연필 꽁지는 뜶다 – 정지용「천주당天主堂」(1940년 발표) 전문이 세상의 삼라만상을 모두 읊는 시인이지만 그 어떤 필설로도 본령을
춘삼월春三月- 그 새봄의 정취를 물씬 느끼기에는 4월일 것입니다. 진달래와 목련, 벚꽃 등 잎보다 꽃을 먼저 내는 봄꽃들 만발하고 상춘객들이 들꾀니 말입니다. 하지만 2025년 을사년 올해는 대통령 탄핵정국 탓에 짜장 ‘잔인한 4월’이 될 성싶습니다. 그렇습니다. 기각과 인용 그 어느 쪽이든 정당끼리 공방이 치열하고 유권자들 또한 편이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부디 모든 세대와 계층, 지역이 화합하고 상생하는 정치가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T. S. 엘리엇(1888-1965)의 대표작인『황무지』!(1922)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크지 않은 네모난 연못이 하나의 거울처럼 펼쳐지니 /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떠도네 /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묻노니 어찌 그렇게 맑을 수 있는가 / 爲有原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맑은 물 흘러나오는 근원이 있어서라 하네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어젯밤 강가에 봄 물이 불어나더니 / 艨衝巨艦一毛輕 이라(몽충거함일모경): 몽충 같은 큰 전함도 터럭 하나인 양 가볍네 / 向來枉費推移力(향래왕비추이력): 지금까지 밀고 옮기는 힘을 부질없이 썼는데 / 此日
제가 거주하는 충북 영동은 내륙의 중산간입니다. 충청과 전라, 경상 그 삼도봉의 민주지산珉周之山이 사람의 정수리처럼 솟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어깨 정도에 자리한 셈인데 경부철도의 가장 높은 추풍령역과 가깝습니다. 최남선이 창가『경부철도가』(1908년)에서 “옥계폭포 지나 영동永同에 이르니 서울과 부산의 중간이라!” 노래한 바로 그 지역입니다. 올해는 새봄이 조금 늦은 듯 아직 통도사의 자장매화가 피었다는 화신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입춘도 지났고, 오늘이 우수이니 곧 금강의 상류인 무주 남대천과 양산팔경의 양강도 녹아 흐
2025년 2월 3일- 어제가 24절기의 입춘立春이었는데 저로서는 66번째 맞는 봄입니다. 문득 살아 낸 날들보다 살아 낼 그것이 짧다는 생각에 여러 감회가 깊었습니다. 임시공휴일까지 길었던 설명절 연휴 내내 말입니다. 어떻게 귀성 그 여행을 통해 고향 땅 기운과 피붙이들 정 듬뿍 받고, 나누셨는지요? 이곳 중산간 영동은 숫눈이 채 녹기도 전에 50cm 넘는 폭설이 내렸는데 안전 운전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제 생업의 일상에 전념할 때 새봄이 시작되어 새삼 아름답고 뜻깊은 여생을 그려봅니다. 한자 춘하추동春夏秋冬을 순우리말 ‘볼열갈
어느새 슬그머니 나이 60의 절반에 이르렀는데 이런 시를 지었다 “일생에 마음이 엉성하고 게을러서 / 해마다 섣달그믐날 밤이면 애통에 빠진다 / 이날의 마음 1년 내내 품고 있으면 / 분명 새해에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련만” 하지만 여전히 낡은 자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신년에 과연 나는 바라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비록 항심恒心은 없다고 해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다짐해 본다. - 조선의 대문장가 이덕무(1741-1793) 수필「섣달그믐날 밤의 단상」부분 음력 1월 1일을 한자로는 신원新元, 원일元日, 세수歲首 등으로
국민의 주권보다우선하는 주권은 없고,법의 통치권보다더 높은 통치권은 없다. - 토마스 페인 1959년 충북 영동 출생/ 서대전고.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대전MBC·TJB대전방송·STB상생방송 TV프로듀서(1987-2014)/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1980). 제29·30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부문 특선(2023-2024): 제28회 입선(2022).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산문집『문화에게 길을 묻다』(
뉴스티앤티 애독자 여러분!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2025년 새해~댁내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1959년 충북 영동 출생/ 서대전고.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대전MBC·TJB대전방송·STB상생방송 TV프로듀서(1987-2014)/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1980). 제29·30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부문 특선(2023-2024): 제28회 입선(2022).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산문집『문화에
군주는 배, 백성은 물이다.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엎기도 한다.- 순자 '왕제'편 1959년 충북 영동 출생/ 서대전고.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대전MBC·TJB대전방송·STB상생방송 TV프로듀서(1987-2014)/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1980). 제29·30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부문 특선(2023-2024): 제28회 입선(2022).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산문집『문화에게 길을 묻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 - 러시아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1879-1940) 이 정언이 참이라면 전쟁을 ‘종교’로 치환해도 지극히 온당하다. 바로 종교와 전쟁은 인간이 ‘죽음’과 직면하는 게슈탈트Gestalt 바로 그 장場,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명하게 풀어낸 작가가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알베르 카뮈(1913-1960)이다. “제국과 교회는 죽음의 태양 밑에서 태어난다!” 그렇다. 제국Empire은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통치하는 정치체계‘를 말하는데 인류사적
지난 11월 5일부터 9일까지 베트남의 다낭과 호이안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마침 7일이 입동이었는데 현지는 건기가 끝나고 우기 초입으로 때때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한국의 늦봄처럼 따뜻했습니다. 사실 베트남 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부터 떠오르게 됩니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이 공병대와 전투부대를 파병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냉전체제의 피치 못할 파병이었다지만 빚진 심정은 어쩔 수 없겠지요. ‘여행旅行’하면 설레임과 낭만을 풍기는 낱말이지만 고대 갑골문은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 광경으로 500명이 1려旅인 군대 편
무엇인가가 떠나면 나는 떠나는 자가 될 것이다. 무엇인가가 자리 잡으면 나는 자리 잡는 자가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이 강들이 바다에 이르러 잠기는 것과 같다. 그것들의 이름과 형태는 사라져 버린다. 바다라고 이렇게 일컫는다. - 『우파니샤드』4「쁘라스나 우파니샤드」부분울고불고 환호작약- 슬픔과 기쁨을 씨줄과 날줄 삼아 직조하는 사람 한 살이. 문득 절기를 살펴보니 내일, 23일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입니다. 한 철에 6개씩 보름마다 갈마드는 24절기이니 이제 가을의 마지막 절후입니다. 그러니까 한 해의
우리나라의 언문諺文 글자는 세종 28년 병인년에 처음 지었는데, 온갖 소리를 글자로 나타내지 못할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를 “창힐蒼頡과 태사太史 주籒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 조선 실학자 이익(1681-1763)『성호사설』「언문」편 10월 9일- 내일은 제578돌 한글날이다. 한민족의 언어활동은 입말과 글말의 조화 속에 변천해 왔다. 세종대왕(1397-1450) 28년 1446년에 반포된 ‘훈민정음’은 당시 ‘어린 백성’들이 쓰던 ‘말’을 가장 쉽고, 정확하게 ‘글’로 표기할 수 있는 조선만의 문자 체계를 만든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 안도현(1961- ) 詩「무식한 놈」전문어디 ‘구절초와 쑥부쟁이’ 뿐이겠습니까? 새봄의 생강과 산수유, 진달래와 철쭉, 초여름의 모란과 작약, 아카시아와 조팝나무 겨울철의 해당화와 동백꽃... 사람들 그 누구나 초목의 비슷한 생김새를 척척 구별해내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상수리와 갈나무의 열매를 비롯해 씨앗까지 확장해 살핀다면 우리는 모두 반거들충이입니다.이제 들국화와 함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