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상식, 성장과 배분 실현할 리더 선택해야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수일 전, 친구들과 만남을 가졌다.
코로나 시국과 폭염으로 미뤘던 만남이다. 정겹고 반가웠다.

한 잔 술로 마음을 적시고 나눴다. 세 명 모두 사업을 했던 친구들이다.
자연스레 화제는 한담에서 오늘의 시국으로 번졌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부동산 급등이 주된 얘기였다. 막판 정치에 이르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친구들을 만나면 가급 정치 얘기를 삼가자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미더움인지 A는 열변을 토했다. 난데없이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 
이유는 정치는 ×판이고 시대정신이 없다는 강변이다.

'대통령 병(炳))'에 걸린 듯 난립한 경선 주자들이 역겹다고 했다. 
그는 이들을 고스톱 판 '광(光)팔이'에 비유했다. 여야 경선 주자들의 대권놀음이 탐탁치 않은 모양이다.  

이런 A의 말 취지에 공감이 됐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우국지정이라니 가상하기 그지없다.
아마 제대로의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갈망이었으리라. 

그는 18개 월 손자를 둔 '손자 바보'다. 나이 드신 양친도 봉양하고 있다. 
그러니 이민은 홧김의 얘기로 짐작된다.

열변하는 A의 성토를 듣다보니 아스라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또 어느 독자도 '일기 같은 칼럼'이라 했으니 숨겨 둔 '일기' 하나를 소개한다. 

40년도 지난 대학시절이다. 당시 군사정권에 맞서 연일 데모가 벌어졌다.  
비상계엄 휴교령으로 학내 분위기는 살벌했다. 학생들은 민주화 광장에서 연일 비상시국을 성토했다. 

정권을 찬탈하려는 군부시절의 암울한 시기였다. 학기를 마치면 군 입대를 앞둔 터라 심란했다.
잔디밭 광장에서 학우들의 시국성토를 듣고 있으려니 진부했다.

발언권을 얻어 한 마디 하고 진행자에게 하얀 전지 한 장을 부탁했다.  
집행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른손 손가락을 깨물었다. 깨 물은 검지로 '비상계엄 해제'라고 썼다. 

비상계엄 해제를 외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학교를 빠져나와 수원으로 향했다. 
자취를 하는 친구 집에서 은닉했다. 수배를 당해 한 달여 도피생활을 했다. 

결국 5.18 민주화 운동은 무력으로 진압됐다. 선대의 가호가 있었는지 수배는 유야무야 끝났다. 
그해 9월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이처럼 사설이 긴 것은 또 다시 음산한 시대상황의 우려 때문이다. 
돌아보니 국가 권력은 그제나 이제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 사건을 한시 잊은 적이 없다. 
'기레기'로 폄훼되는 오늘도 자신을 다잡는 지표로 여겼다. 
하지만 '촛불정신'을 뭉개버린 운동권 행태를 볼때마다 혈서사건이 교차한다.  

사법체계를 흔들더니 이제는 언론을 손보겠다고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이 그것이다.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민주화 시위를 하고, 기자가 됐나하는 자괴감 뿐이다. 
기자가 되기 위해 교직을 버렸을 때도 이런 낭패감은 없었다.   

정부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다고 한다. 
폭로성 발굴기사를 쓸 때마다 고소, 고발을 당했다.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마음고생이 컸다. 숱한 무혐의 전과는 지금도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다. 

이쯤에서 반문해 보자. 일개 기자가 센가 아니면 거대 권력이 막강한가. 
경험상 역대 정권이 만들어 낸 가짜뉴스가 많았다. 그러고도 가짜뉴스 판정도 권력이 내린다.

그런 뒤 권력 입맛대로 조치했다. 개혁을 말하면서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공격한다. 회유와 탄압이 반복됐다.
지방권력도 이권사업이나 광고, 신문 부수로 언론을 길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시대정신을 누가 오도하고 있나. 언론인가, 정치권인가, 아니면 공권력인가. 
대권 후보들 검증 또한 그렇다. 기득권층이면 논문 표절, 성추문, 땅 투기 등 도덕성 문제는 '오십보 백보'다. 
그러니 개도 물어가지 않는 어줍잖은 도덕성 시비는 접어 두자. 

대통령이 빚을 졌다는 어느 수석, 기자 출신 '검은 돌' 대박의원도 그러하다.
이들이 교수, 기자라면 턱도 없는 일이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돈과 권력을 쥔 시민운동가 또한 그렇다.

이들은 권력에 편승해서 공정과 정의를 말살했다. 일말의 반성도 없다. 되레 적반하장이다. 
이날 친구 A도 이 때문에 비분강개했다.  

또 다시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도 공정과 정의, 부(富)의 분배가 화두가 될 것이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청년실업, 부동산 지옥을 해결하는 지도자를 갈망한다. 

우리 사회의 병폐인 계층, 이념, 지역주의, 부의 편중은 이 나라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으나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하는 국민성이다. 

국민들은 공정, 성장과 배분, 화합을 실현할 리더를 선택할 것이다. 내년 3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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