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 이가을 시인
두부 장수가 왔다
강아지도 활개 치고 드나드는
아파트 정문 놔두고
뒤 쪽문에서 두부 장수가 종을 친다
땡땡-
꽃바람 난 통장집 여편네가
나비처럼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모른채 지나가고
봄날이야 가든 말든
종일 낮잠을 자던 새댁이
긴 하품자락을 끌고 한 움큼 쌀을 일어
저녁을 안친다.
팔아봐야
계란에 콩나물 참기름 두 병
이때쯤이면
누군가가 그립다
윤인구시집『 어느날 자정 무렵에 던지는 愚問』
[시 평설 - 이가을] 두부 장수라니, 말만 들어도 정겹다. 재래시장에 가면 있을려나. 반듯하게 자른 김 모락모락나는 두부를 매대에 두고 가끔 종소리 들려주면 좋겠다.
"두부왔어요 두부, 맛 좋고 고소한 두부왔어요- 딸랑딸랑” 이제 들을 수 없는 추억의 소리다. 사람들은 두부를 사러 마트로 간다. 마트엔 잘 포장된 두부가 층층 놓였다. 시대가 바뀌었다.
구멍가게도 장날도 먼 시골 동네는 리어카를 끌고 오는 장삿꾼을 기다렸다. 두부 장수도 오고 엿장수가 오고 아이스 케키! 장수가 오면 앞다퉈 아이들은 시원한 하드를 사 먹었다. 두부장수가 오는 날, 엄마는 저녁상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언니 오빠들 도시로 나간 단촐한 밥상에 깍둑깍둑 썰은 두부가 집 떠난 식구들처럼 떠올랐다. 된장찌개가 얼마나 구수했던지.
<계란에 콩나물 참기름 두 병>, 장사가 안된 날도 있다. 덩그러니 남은 두부처럼 종소리만 공허하지만 마음을 고쳐 먹는다. “내일 팔면 되지 뭐”
내일은 희망의 언어다. 좌절을 넘어 조금의 위안을 준다. ‘(내일)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믿어볼 수 있다. 괜찮다. 오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뚜벅뚜벅, 내일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