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한 그대들: 무명인의 부산물 part.2’

조각가 문민의 수건, 모터, 철 /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조각가 문민의 수건, 모터, 철 /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뉴스티앤티=조주연 기자] 전북도립미술관이 “조각가 문민(1988~ )의 개인전 ‘나를 비롯한 그대들 : 무명인의 부산물 part.2’가 내일(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열린다”고 19일 밝혔다.

문민은 장기간 지속해온 ‘나를 비롯한 그대들’시리즈를 통해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형상과 감정, 사회적 관계를 조형적으로 기록해왔다. 단순화된 사각 형태의 인체는 문명사회가 구축한 규범적 틀을 상징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동시대인의 내면적 풍경과 익명성을 조각·설치·평면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 ‘나를 비롯한 그대들: 무명인의 부산물 part.2’는 이전 전시 ‘인간 기술서’(2020)에서 다뤘던 ‘기록 가능한 인간’의 구조에서 벗어나 ‘기록되지 않은’ 존재들, 즉 무명인(인간)의 시간과 감정의 잔여물(흔적)을 조명한다. 작가는 모든 것이 수치와 데이터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시대에 ‘기억되지 않는 존재와 감각되는 사물의 간극’을 따라가며 익명의 존재들이 남긴 불완전한 흔적을 시각화 한다. 그리고 사라진 존재의 기억을 ‘수건’이라는 일상적 사물로 형상화했다.

수건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몸을 감싸는 존재이자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체온과 감정을 흡수하는 매개체다. 작가는 이 사소한 직물 위에 남은 물감의 번짐, 주름, 얼룩,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이미지의 발생을 통해 익명 존재의 흔적이 조형으로 출현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는 그려지는 회화가 아니라 “발생하는 이미지”에 가깝다고 말한다. 

전시장에는 조각과 설치, 평면이 결합된 신작들이 함께 선보인다. ‘2004–2009 기록되지 않은 무명인(3)’(2025), ‘목록’(2025) 등의 작품은 ‘무명인의 삶과 욕망이 남긴 부산물’을 조형언어로 변환하며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과 감정의 편린을 드러낸다. 작가가 말하는 ‘무명인의 깃발’은 승리의 상징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개인의 감정선과 존재의 표식’을 나타낸다.

문민의 이러한 작업은 디지털 시대의 표상처럼 익명화된 삶 속에서 삭제되거나 기록되지 않는 존재들의 부산물을 통해 동시대인의 감정, 욕망, 흔적의 층위를 탐구의 결과이다. 이번 전시는 조형적 실험을 통해 무명인의 존재가 어떻게 남겨지고, 어떻게 다시 감각될 수 있는지 묻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동시대 전북미술의 실험성과 조형적 깊이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관람객들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서울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년도에 대관 공모를 통해 개별 전시를 선정하며 작가와 평론가를 연결하는 비평 매칭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대관 전시가 모두 종료된 이후에는 한 해 동안 참여한 전시를 아카이빙한 연감 도록을 발간할 예정이다. 전시는 월요일 휴관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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