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리미어12 이후 10년, 세대교체와 기본기의 붕괴

코치진이 선수단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KBO
코치진이 선수단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KBO

한국 야구대표팀이 체코와의 친선전에서 11-1, 3-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은 점수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 체코는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비(非)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었다. 초반 경기 흐름은 오히려 체코가 주도하는 장면도 있었다.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은 한국 야구 전성기의 마지막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양현종, 김광현,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등 이른바 ‘베이징 세대’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 영광 이후 대표팀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같은 세대의 선수들이 장기간 주축을 맡으며 전력 순환이 멈췄고, 2017 WBC와 2021 도쿄올림픽, 2023 WBC에서 조기 탈락이 이어지며 국제 경쟁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감독과 코치진의 세대교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8년 이후 대표팀을 이끈 지도자들은 비슷한 연령대와 전술 철학을 공유하며 반복 기용됐다. 젊은 지도자들이 성장할 구조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고, 분석 코치나 피지컬 코치 등 현대 야구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도 부재했다. 대표팀 운영은 감독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남았다.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훈련 강도는 크게 낮아졌다. 합숙 기간은 과거 3~4주에서 10일 안팎으로 줄었고, 전술 훈련과 불펜 투구도 제한됐다. 레전드 선수들은 공통으로 “요즘 선수들은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쉬게 하는 것이 곧 관리로 인식되면서 준비 부족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기 붕괴도 심각하다.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많지만, 던져야 할 곳에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줄었다. 데이터 분석과 피지컬 트레이닝은 발전했지만, 코너워크와 구종 운용 능력은 오히려 퇴보했다. 타선 역시 리그 중심의 컨택형 타법에 머물러 국제무대의 빠른 볼과 변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일본은 세이버매트릭스와 분석 코치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확립했고, 미국은 투수 육성과 데이터 기반 피칭 프로그램을 표준화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감독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은 영광의 트로피이자 세대교체 실패의 출발점이었다. 그 이후 대표팀은 변화하지 못했고, 체코전은 그 결과를 드러낸 사례다.

한국 야구의 위기는 실력보다 구조의 문제다. 선수는 관리에 익숙해졌고, 지도자는 변화에 둔감해졌다. 공은 빨라졌지만, 야구는 느려졌다. 2006년 스즈키 이치로가 말했던 “한국은 30년 안에 일본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발언은 20년이 지난 지금, 정반대의 의미로 현실이 되고 있다. 대표팀의 부진은 결국 한국 야구 시스템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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