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익률 게임...기관, 위험 관리

10일, 장 마감을 앞둔 국내 증시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두 주포,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공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관이 삼성전자 등 초우량주를 방패 삼아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이, 외국인은 중소형 개별주를 대거 사들이며 적극적인 수익률 게임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후 2시 29분 키움증권이 제공한 데이터는 이러한 '큰손들의 결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의 상반된 행보는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 현재 시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격전지 된 금호타이어…엇갈린 베팅의 상징
이날 수급 대결의 상징적인 종목은 단연 금호타이어다. 외국인은 금호타이어를 순매수 2위에 올리며 강한 매수 의지를 보인 반면, 기관은 정확히 반대편에서 순매도 1위 물량을 쏟아냈다.
이는 특정 종목의 펀더멘털이나 미래 가치를 두고 두 투자 주체가 완전히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국인은 현재 주가를 매력적인 진입 기회로 판단한 반면, 기관은 리스크 관리 또는 차익 실현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한 종목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방은 시장의 방향성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혼조 상태임을 방증한다.
◆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목록(SK증권, TS트릴리온, 스맥 등)은 전형적인 '종목 장세'를 노린 베팅으로 풀이된다. 지수 전체의 움직임보다는 개별 기업의 이슈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주인 카카오 등을 팔고, 그 자금으로 변동성은 크지만 상승 잠재력이 있는 종목들로 갈아타는 모습이다.
◆ 기관의 포트폴리오: '불확실성 속 피난처'
반면 기관의 선택은 '안전'이었다. 순매수 1위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전력, 미래에셋증권, LG유플러스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 우량주를 바구니에 담았다. 이는 대외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지수 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위험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하나마이크론, 서울식품 등 중소형주를 매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국 장 막판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동향은 향후 시장이 뚜렷한 주도주 없이 종목별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두 큰손의 '동상이몽'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