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G 섬은 진화적 침식의 산물” — 트랜스포존 침입·메틸화·CpG 소실 반복이 조절요소 형성 이끈다

유정수 교수(왼쪽)와 피터 존스(Peter A. Jones) 교수(오른쪽)
유정수 교수(왼쪽)와 피터 존스(Peter A. Jones) 교수(오른쪽)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유정수 교수와 미국 반 안델 연구소의 피터 존스 교수 연구팀이 CpG 섬의 형성과정을 새롭게 규명했다.

트랜스포존(TE) 침입과 그에 따른 DNA 메틸화 축적, 이어지는 CpG 소실의 반복적 진화 압력이 오늘날의 CpG 섬을 만들었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PNAS에 게재됐고, 국내 생물학 연구성과로도 주목받았다.

후성유전 조절의 핵심 부위인 CpG 섬은 전통적으로 유전자 프로모터와 연계된 고밀도 CpG 구간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진은 이들이 본래부터 ‘섬’처럼 존재한 것이 아니라, 외부 요소의 침입과 진화적 정리가 빚어낸 결과물임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구체적으로 트랜스포존이 게놈에 삽입되면 주변부의 DNA 메틸화가 증가하고, 메틸화로 인한 시토신 변이 등으로 CpG가 점차 소실된다.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CpG가 보존된 구간만이 남아 현재의 CpG 섬처럼 기능적 조절부위로 재구성됐다는 것이다.

연구는 마우스 및 비교유전체 분석, 메틸화 패턴 추적 등을 통해 트랜스포존 침입 시의 메틸화 확산과 이후 CpG 소실의 시간적·공간적 패턴을 규명했다.

저자들은 CpG 섬을 “침식 과정을 견뎌 남은 고원(mesa)이나 잔구(butte)”에 비유하며, 기존 단순 가설을 진화적 관점으로 확장했다.

유정수 교수는 “이미 알려진 현상이라 여겨졌던 주제도 관점을 달리해 다시 질문하면 근본적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고, 이는 2024년 반 안델 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년 프로젝트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CpG 섬의 기원을 진화적·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크다. 트

랜스포존 재활성화나 DNA 메틸화 이상이 관찰되는 암·노화·면역질환 연구에 새로운 틀을 제공하며, 후성유전 표적 치료 전략 개발에도 기초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다만 인간 개체군 수준에서의 다양성, 특정 질환에서의 CpG 섬 변화가 실제 발현 조절에 미치는 정량적 영향 등은 후속 연구로 이어져야 한다.

논문과 인터뷰 논문: Roles of transposable elements and DNA methylation in the formation of CpG islands and CpG-depleted regulatory elements (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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