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전 국내 증시의 양대 투자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이 반도체 대형주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매도'를 외치고 있지만, 이후 자금의 향방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뚜렷한 합의점 없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이날 10시 13분 키움증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를 순매도 1위 종목에 나란히 올렸다. 기관은 SK하이닉스 역시 순매도 2위에 올리며 반도체 '투톱'에 대한 차익 실현 또는 비중 축소에 나서는 양상이다.
하지만 매수 종목에서는 두 주체의 시각차가 명확히 드러났다.
외국인은 국일제지와 삼성중공업, 흥아해운 등 개별 테마주 및 경기민감주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특히 기관이 순매도하는 삼성중공업을 순매수 상위권에 올린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지수 전반보다는 개별 기업의 모멘텀이나 업황 턴어라운드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은 HLB(바이오), 삼성SDI(2차전지), 한국전력(유틸리티), 카카오(플랫폼) 등 각 섹터를 대표하는 대형주를 선별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다른 성장주 및 가치주로 재배분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를 동시에 판다는 것은 지수 상단에 대한 부담감을 공유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다만 외국인은 단기 트레이딩 성격의 종목을, 기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뚜렷한 전략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수급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