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가 戱畵化(희화화)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데 이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비례용 위성정당에 합류할 태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진보·개혁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서울을 둘러싼 주변 도시들을 위성도시라고 배운 기억은 있어도 비례용 위성정당이 우리 정치의 화두가 될 줄은 몰랐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독일에서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집권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과 바이에른 지역에만 있는 기독사회연합(CSU)를 가리켜 Geschwisterpartei(게슈비스터파르타이) 즉, 형제정당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위성정당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선거법 개정 강행을 반대하던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만일 민주당과 좌파연합 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쏟아냈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자유한국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 공언에 대해 ‘위장정당’, ‘가짜정당’ 등 온갖 안 좋은 말들은 다 갖다 붙이며 폄하함은 물론 설훈 최고위원의 경우는 “해괴한 방식의 괴물을 만들어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까지 한 바 있다. 그랬던 집권여당 인사들이 총선을 불과 37일 앞두고 비례용 위성정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행태는 가뜩이나 정치 혐오가 심한 국민들에게 오만정 떨어지게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참여는 스스로 자신들을 부정하는 것만 아니라 미래통합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의 논평처럼 “민주당과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를 파괴시켜놓고 또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라는 비판에도 有口無言(유구무원)이 될 수밖에 없으며, ‘전당원 투표’를 통한 비례용 위성정당 참여 여부 결정이라는 것도 결국 명분 쌓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기 위해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주장했듯이 국회의원 정수가 최소 360명 정도는 되어야 하고,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책임제 하에서 운용의 妙味(묘미)를 살릴 수 있는 제도다. 최소한 선거법 개정안의 원안처럼 지역구 225석에 비례대표 75석으로 개정만 됐더라도 지금처럼 누더기법이라는 오명은 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정치의 戱畵化(희화화)를 만든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일명 ‘4+1체제’라는 다수의 힘으로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선거법 개정 관행을 무시한데 대해 미래통합당보다 1차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지금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에 참여하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나 정봉주 전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과 어떤 관계인지는 三尺童子(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제발 더불어민주당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愚(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말처럼 “적어도 선거법 개정에 공조했던 정당들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발언한 의미가 무엇인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다시 한 번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대한민국 집권여당이 군소정당인 정의당보다도 명분을 찾지 않는 정치를 일삼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가뜩이나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위한다면 집권여당으로서의 체통을 지켜주기 바란다. 오는 4.15 총선에서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처럼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당사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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