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군, 동호회 집단 요구에 파크골프장 확장 사업 강행
주민들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행정 펼쳐야"

봉황천 건너편에서 바라본 파크골프장. 금산군은 현재 18홀인 경기장을 확장하여 총 54홀 규모의 대형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 뉴스티앤티
봉황천 건너편에서 바라본 파크골프장. 금산군은 현재 18홀인 경기장을 확장하여 총 54홀 규모의 대형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 뉴스티앤티

충남 금산군이 침수가 빈번한 하천부지에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뒷 배경으로 동호회원들의 강력한 집단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표 관리를 위한 선심성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뉴스티앤티는 지난달 31일 '금산군, 대청호 상류 봉황천변에 파크골프장 조성이 웬 말?'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전시민 등 250만여 명의 식수원인 대청호 상류 하천에 금산군이 대형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보도를 접한 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작년에도 물이 무릎까지 찼는데, 매년 침수되는 곳에 혈세(20억)를 퍼 부어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입을 모았다.

주민 A씨는 "해마다 수해 복구에 예산이 들어갈텐데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면서 "하천 내에 주차장까지 설치한다니 더욱 이해할 수 없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봉황천 체육공원 옆 하천 부지를 점령하고 있는 차량들 / 뉴스티앤티
봉황천 체육공원 옆 하천 부지를 점령하고 있는 차량들 / 뉴스티앤티

취재 결과 금산군도 이러한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郡) 관계자는 "파크골프장 후보지 선정을 위해 다른 장소 열 곳 정도를 찾아다녔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다"면서 "확보한 도비(6억)를 반납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고, 사업을 봉황천으로 해서 도비를 받은 것이라 지금에 와서 장소를 바꾸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파크골프장 후보지로 봉황천변을 택한 배경에 대해 "파크골프 회원들도 비가 오면 부지가 물에 잠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래도 하천에서 치는 게 좋다는 회원들의 의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봉황천 체육공원(파크골프장 확장 예정 부지)이 집중호우에 침수되어 사라진 모습 / 금산중앙신문 캡처
봉황천 체육공원(파크골프장 확장 예정 부지)이 집중호우에 침수되어 사라진 모습 / 금산중앙신문 캡처

금산군파크골프협회가 지난해 8월 군(郡)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총 회원 278명 중 221명(79.5%)이 현 18홀인 봉황천 파크골프장의 인접부지에 36홀을 추가하여 총 54홀 규모의 경기장을 조성하는 것에 찬성했다.

금산군 파크골프협회장인 B 씨는 뉴스티앤티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파크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면서 "다른 곳에 공사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예산도 많이 들어간다. 일단 봉황천에 해 놓고, 딴 곳에 하면 된다. 오염시킨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주민 C 씨는 "파크골프장 부지 선정에 강력한 집단민원이 개입한 것으로 안다"면서 "단체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금산군은 비합리적인 요구도 다 들어주는가"라며 표 관리를 위한 선심성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주민 D 씨는 "이곳에 수초군락과 생태습지를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면서 "군(郡)이 좀 더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민 E 씨는 "이웃의 우물에 발 담그고 있는 격"이라며 "금산군은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는가"라고 비난했다.

금산군의회의 자각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산군의회 전 의원 F 씨는 "군(郡)의회는 집행부에서 의안이 올라오면 그냥 의결해 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금산군의회가 변별력 있는 의정을 펼쳐 스스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봉황천 파크골프장 확장공사 예정부지 상류에는 축산분뇨처리장과 생활공공하수처리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 1만 2천여 톤의 분뇨를 정화하여 봉황천으로 내보낸다. 현재 공사예정지 옆 흐르는 물속을 들여다보면 침전물이 시커멓게 쌓여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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