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미만 동물 판매 및 3자 거래 제한

반려동물 단체들, 찬성과 반대 엇갈려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동물 경매와 투기 등을 막고 펫숍에서 판매 가능한 동물의 연령을 6개월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려동물의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이른바 '한국판 루시법'을 대표발의했다고 24일 밝혔다. 

개정안은 영국의 '루시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된 루시법(Lucy’s Law)은 영국의 한 사육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구조된 루시는 6년간의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과 관절염을 앓다 사망했다. 이러한 번식장 학대를 없애기 위해 루시법이 제정됐다.

루시법에 따라 영국에서는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판매가 금지됐으며, 전문 브리더에 의해 번식된 2개월 이상의 강아지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에 의해서만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 즉 제3자 거래가 전면 금지돼 공장식 번식장과 페숍이 사실상 금지됐다.

이번 개정안은 경매와 투기가 목적인 동물 거래 금지, 60개월 이상인 개∙고양이의 교배 또는 출산 금지, 6개월 미만 개∙고양이의 판매 금지 및 동물 판매 시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 경매를 통한 거래의 알선 또는 중개 금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ㄷ.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단체들은 국내에서 반려동물 번식장의 열악한 상황이 잇따라 확인돼 루시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9월 모견의 배를 가위로 가르는 등 동물학대 혐의가 포착된 경기 화성시의 한 번식장은 허가된 생산업소였음이 드러났다. 새끼들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편법적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동물단체들은 "연간 13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이 중 절반은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반면 강아지 공장, 경매장, 펫숍을 통해 연간 2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돈벌이 수단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법개정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많다. 한국펫산업연합회와 한국애견연맹 등은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펫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한국과 영국의 펫산업과 반려동물 문화는 현실적으로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보호법에 따라 생산자 이력카드 및 영업자준수사항 등을 통해 일명 '루시법'을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기존의 법에 따라 이의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 나가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새로운 개정안은 반려동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반려견의 생태 및 교육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발의된 개정안이다“라며 ”일부 극소수 몰지각한 사업장의 일탈을 전체 반려동물 산업의 문제로 보고 반려동물 산업 전체를 없애야 한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쳐 나가면 되지, 관련산업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감정적이고 무책임한 발상이며, 산업 전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애견연맹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법률 위반자의 몰지각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빌미로 관련 산업을 말살하겠다는 것은 성실히 법령을 준수하고 있는 다수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고 생존을 위협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무리한 법 개정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고 관련산업을 붕괴시킬 뿐“이라며,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건강한 유대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수많은 반려견이 유기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비현실적인 법률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에 따르면 개는 3~5개월경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게 되며, 특히 이 시기는 사회화 및 보호자와의 교감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이고, 이를 통해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난 6개월경 분양해야 한다면 대다수의 반려견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유대감 형성 및 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파양 및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단체들은 6개월이라는 근거가 어디에서 나온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강아지들에게 예방접종의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생산업소는 2,086개, 판매업소는 3,944개(펫 숍 3,926개, 경매장 18개)에 달한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무허가 생산, 판매 업소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지난해 12월부터 루시법 도입을 목표로 동물단체에서 시작한 루시 프로젝트에는 12만여 명이 동참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