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귀화하면 한국 이름을 갖게 되는데, 그 이름들이 생소하게 지어진다. 그 이유가 대부분 본래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한국이름으로 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한글은 의성어이기에 어떤 말도 옮겨 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태국의 어느 소수부족 중 하나는 자신들의 문자로 한글을 선택해 자신들의 말을 한글로 쓴다고 한다. 그렇지만 유독 이름만큼은 나름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돌림자와 뜻글자인 한자어를 이름에 쓰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는 나름 자녀의 일생에 소망을 담아 짓는다. 가령 萬(일만 만)자를 쓰는 경우는 부자가 되라는 의미가 많고, 壽(목숨 수)자를 쓰는 경우는 장수를 하라는 의미가 있고, 秀(빼어날 수)자를 쓰는 경우는 빼어난 사람이 되라는 소망이 담기기도 한다. 반면 여성에게는 순자, 말자, 영희 등 흔하게 불리는 이름으로 짓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한 때 유행처럼 한글이름을 많이 짓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글 중에 나름 의미도 있고 발음도 예쁜 말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가령 라온, 꽃님, 햇님, 다올, 다솜 등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들을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이름을 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작명소를 찾아가 태어난 날과 시, 부모의 염원을 담아 이름을 짓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이름이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나름 이름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지 부모의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나도 내 자녀의 이름을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지으려고 했었다. 이번에 이쁜 손녀를 출산한 딸 선호의 이름을 民主(백성 민, 주인 주)라고 지으려고 했었다. 딸이 태어났을 당시는 아직 군사독재정권의 잔재들이 그대로 남아있던 시기여서 다음 세대만큼은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민주라고 지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부모께서 손이 귀한 집안 장손의 첫 손주라는 이유로 仁浩(인호, 어진마음이 큰 사람)라는 이름을 지어 보내신 것이다. 그것도 용한 작명소에 가셔서 지었고 하신다. 여자의 이름이 인호라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간곡하게 말씀드려 다시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더니 인호보다는 중성적인 느낌의 善浩(선호)라는 이름을 보내 오셨다. 이렇게 해서 딸의 이름이 선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하게 지어진 이름이 때론 또래집단에서는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이름 때문에 용수철, 원숭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성씨가 원씨이다보니 원숭이라는 별명이 생겼고, 이름이 龍喆(용철)이다보니 용수철이라는 별명이 생겼던 것이다. 부모가 이름을 지을 때는 놀림을 당하라고 짓는 것이 아닌 나름 소망을 담아 짓는데 또래 아이들은 소리 나는 대로 놀림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자기 자녀의 이름을 부모가 지으면 될 텐데, 사위가 손녀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한다. 첫째는 아들인데 친할아버지가 작명하여 원래는 맑은 강이란 의미의 河潾(하린)이라고 지어 보냈는데 출생신고 과정에서 河隣(하린)맑은 린이 이웃 린자로 바뀌어 버렸다고 한다. 둘째는 외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었으면 해서 고심 끝에 河演(하연)이라고 지어 주었다. 강처럼 많은 사람들을 윤택하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아 지은 것이다.

손녀의 이름을 지어 보낼 때는 나름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처럼 그의 일생이 아름답게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것이다. 굽이굽이 흘러 대지를 적시는 강처럼 사람을 품고,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윤택하게 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사실은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주긴 했었다. 채택되진 않았지만 보배로운 사람이 되라고 珍(보배 진)자를 넣어 하진이라고 지어 보냈는데 여자 이름으로는 너무 강한 느낌이 있다면서 하연이 최종 선택된 것이다.)

우리 하연이가 부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잘 자라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이름대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풍요롭게 하고, 막힘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행복과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무엇보다 한 평생이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생애가 되길 기도한다. 우리 예쁜 하연이 세상에 태어난 것 축하해, 그리고 반가워.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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