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올해 벧엘의집 마당극단 보석같은 남자들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다름 아닌 그동안 열정적으로 지도하던 이상호 선생이 극단 우금치를 떠나 멀리 남해로 이사를 하면서 지도교사가 사라진 것이다. 거기에다 우금치 내에서도 선뜩 연기를 지도해 주겠다는 단원이 없기에 연기지도를 할 사람이 아예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보석같은 남자들은 그동안 공연했던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인 호박꽃이나 벧엘이야기가 아닌 극단 우금치에서 공연하고 있는 심청전을 벧엘의집 상황에 맞게 조금 각색하여 처음으로 공연을 시작했기에 아직은 많이 서툴고 부족하여 제대로 지도해 줄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몇 차례 이상호 선생과 극단 우금치 예술 총감독인 류기형 단장과 소통하여 오래전 이상호선생과 함께 잠시 보석같은 남자들을 지도했던 김황식 선생이 지도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위기는 모면했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류기형 단장과 김황식 선생과 함께 올해 보석같은 남자들 공연 연습과 관련하여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는 보석같은 남자들은 벧엘의집이 이루고자 하는 사람다움의 세상을 향한 꿈 자체이기에 공연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석같은 남자들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보석같은 남자들은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나 단원들 자신에게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2012년 처음 마당극단 보석같은 남자들을 창단하고 첫 공연을 마친 다음 감동을 다시 회상해 본다.

“… 장단은 엇박이 나고, 춤사위는 뻣뻣했지만 사회에서 밀려나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세상 눈치를 보며 자신감이라고는 전혀 가질 수 없었던 사람들이 비록 어설프지만 흥겨운 풍물장단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중에도 꽹과리를 잡은 0 0 0 아저씨는 인사를 해도 웃고, 뭐라 나무래도 웃고, 무엇을 물어봐도 웃는 그저 미소만 짓는 침묵의 사나이였다. 그런 그가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북을 잡았었는데 지금은 상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장단을 너무 못 맞춰 선생님이 꽹과리를 치도록 한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꽹과리를 치고 싶다고 해서 상쇄가 되었다는 말에는 적잖게 놀라기도 했다. 그의 모든 장단은 이채도 아니고, 삼채도 아니고, 굿거리장단도 아니었다. 오직 쾡, 쾡, 쾡, 치는 소위 일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한 것이다. 또 오 0 0 아저씨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에 있는 내게 오더니 감격하여 밑바닥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신에게 이런 무대까지 서게 만들어주었다며 흥분된 어조로 말씀하신다.

장단에 엇박이나면 어떠랴, 춤사위가 좀 뻣뻣하면 어떠랴, 이들에게는 이 공연이 세상을 향해 맘껏 내질러 본 자신감인 것을..... 지금까지 그들은 누구에게 큰소리 한 번 내보지 못했다. 그저 만만한게 홍어의 뭐라고 벧엘의집에서만 내가 예전에 어땠는데 하면서 확실하지도 않은 자신의 과거를 떠벌이는 것이 전부였었다. 그런 그들이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가슴을 연 것이다. 삶의 응어리를 털어내고 그 속에 감춰져 있던 빛을 뿜어 낸 것이다. …”(첫 공연을 마치고 썼던 벧엘이야기의 일부이다.)

그렇다 보석같은 남자들은 존재 자체로 벧엘의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고, 지도하는 선생님과 단원들의 애씀과 어우러짐은 곧 함께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욕심내지 말자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하자. 보석같은 남자들이여! 당신들은 존재 자체로 우리의 꿈을 이루어 가는 바로미터랍니다. 함께 꿈을 향해 비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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