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지난 봄 벧엘의집 자활농장인 벧엘농장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심었던 비트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풍작을 이루었다. 비트를 심을 때는 비트 농사보다는 비트농사를 통해 벧엘의집 식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벧엘식구들의 희망도 영글어 비트수확과 함께 그들의 희망도 수확한 것일까?

“… 벧엘의집 식구들에게 이곳에서의 삶이 비트농사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당장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서 찾아왔지만 벧엘의집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삶이 좌절과 절망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면 분명 벧엘이 그들에게는 비트농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벧엘식구들 대부분의 삶은 꼬이고 구부러져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패배감에 짓눌려 있다. 심지어 희망이라는 놈은 자신들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하기까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이 벧엘식구들의 모습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그들에게 벧엘의집이 비트농사처럼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그 길이 벧엘이 가야하는 길일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거둔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시편의 말씀처럼 기대할 것이 없고, 어쩔 수 없어서, 그것 밖에 할 것이 없어서, 별 기대도 없이 시작해 보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분명 비트농사처럼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올해도 비트농사가 꼭 성공을 거두기를 기도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벧엘식구들이 비트농사를 통해 자신의 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비트자체를 풍성하게 거두는 것보다 비트농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크고 풍성한 열매로 돌아오지 않을까!”(비트를 파종하고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라는 벧엘이야기 중에서)

그런데 우리 삶은 아주 긴 시간을 통해 변화되지만 비트는 파종하고 두 달이면 수확을 한단다. 비트를 파종하고 60일이 지났으니 당연히 비트를 수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많다. 이번에도 지난해처럼 모두 가공하여 팔기로 하고 비트즙으로 가공을 했는데 무려 수량이 300여 박스에 육박한다. 풍성한 수확은 정말 감사한데 당장 비트즙을 팔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아무리 무농약에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고, 믿을 만 한 곳에서 가공한 것이고, 벧엘식구들의 자활을 위해 생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시중에는 워낙 다양한 즙들이 판매되고 있어 이번에는 쉬 팔리지 않는다.

벧엘일꾼들이 자신이 먹을 것과 주위에 선물 하겠다며 사 간 것, 빈들공동체교회에 판매된 것, 희망진료센터 봉사자들이 사 간 것 모두 합해야 1백 박스도 채 되지 않는다. 참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헐값이지만 비트를 그냥 팔았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미 모두 비트즙을 만들어 버렸으니 어떡하든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벧엘의집에서 비트즙을 판매한다고 벧엘의집 SNS에 올리고, 매주 벧엘이야기를 받아보는 지인들에게도 광고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비트즙이 많이 남아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너무 욕심을 낸 탓일까? 농장 담당자인 정효석 선생은 어떡하든 자신이 모두 팔아보겠다고 호기롭게 장담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도 조금이라도 거드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써 본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심었던 비트, 아니 비트농사를 통해 벧엘식구들이 자신들의 삶을 가다듬고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던 비트농사가 결실을 얻으려면 어떡하든 비트즙을 다 팔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비트농사를 지으며 내가 바랬던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비트즙이 팔리지 않고 버려진다면 그의 꿈도 버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비트즙을 다 팔아야 한다. 그러려면 벧엘 초창기 당장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들 때 만나는 사람마다 염치불구하고 후원을 요청했던 것처럼 이제 만나는 사람마다 비트즙을 사달라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비트즙이 건강에 어떻게 좋은지 사전에 공부도 해야 하겠지.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벧엘식구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비트즙 한 박스 사 주세요. 하루에 한 포씩 먹으면 건강에 좋답니다. 아니 벧엘식구들의 꿈과 희망을 한 포만큼 키우는 나눔의 묘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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