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원용철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중의 하나다. 헌법 제35조 3항에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이는 국가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국가는 주거기본법에 최저주거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들의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의 주거권 실현은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가의 주거정책을 보면 국민의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주택보급 정책이 주를 이루었다.(중략) … 다시 말해 정부의 주거정책은 노후주거환경개선사업, 뉴타운개발, 도시재생, 도시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개발을 통한 물량확대로 주택을 보급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므로 결과적으로 극히 일부에게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자산 가치는 올라갔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주거난민들은 상승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재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중략) …

그런데 이번 대전역 인근 정동 쪽방지역 도시재생사업은 쪽방주민 등 주거난민들에게 주거권 실현을 위한 착한개발이자 국가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주거복지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중략) … 공공임대주택을 그 지역 쪽방주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게 제공하고, 개발기간 동안 대안주택 등을 마련하여 개발과정에서 쪽방주민이 흩어지지 않도록 한 것은 주거난민을 위한 맞춤형 재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거복지의 획기적인 전환점이기도 하다.

또한 단순히 주택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돕는 다양한 지원기관도 함께 입주하게 하므로 그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그저 주택만 제공해주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새로운 주거복지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전국에서 최초로,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동 쪽방지역 도시재생사업이 국토부와 대전시, LH가 흔들림 없이 추진하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거복지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생략) …”

이 글은 4년 전, 국토교통부가 정동지역 쪽방촌 재개발 사업을 발표한 다음 쪽방촌 재개발사업에 대한 소회를 쓴 글의 일부이다.(그 당시만 해도 환희와 꿈에 부풀었었는데...)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추진이 거의 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진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사업시행 주체인 LH는 사업시행 인가, 건축설계 등 대부분의 행정절차를 진행하여 마무리 단계에 있기는 하다.)

이렇게 진척이 더딘 이유는 토지 가옥주들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며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사업을 민간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전체 사업지구의 약 50%나 되는 국공유지를 유상으로 민간에게 넘기라고 생떼를 쓰고 있기도 하다. 반면 앞에서 말했듯이 쪽방촌 재개발 사업이 착한개발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처럼 세입자인 쪽방주민들에게는 희망고문으로 가슴이 멍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수만은 없어 벧엘의집에서는 순차적으로 지구 내 쪽방주민들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실시하여 고충을 들어 보기도 하고, 벧엘의집이 알고 있는 만큼 사업정보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는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현재까지 4차례 진행됨) 간담회에 참여한 쪽방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시라도 빨리, 죽기 전에 하루라도 더 오래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한다. 이런 간절한 소망이 있음에도 이분들은 가옥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들의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도리어 재개발이 발표된 직후부터 토지 가옥주들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월세를 약 4만원정도 올렸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쪽방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 임대료를 올려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를 가지 못하는 것은 그곳에서 이사를 하게 되면 새 집에 입주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란다. 하여 지구 밖으로 이사하면 안 되지만 지구 내에서는 이사를 해도 괜찮다고 알려 드리기도 했다.

이렇듯 이분들의 간절한 염원은 하루라도 빨리, 하루라도 더 오래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다. 그러기에 바라기는 법이 정하고 있는 대로 강제수용 절차라도 진행하여 소위 착한개발이라고 닉네임이 붙여진 쪽방촌 재개발 사업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만이 정말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착한개발을 완수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